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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팔도비빔면 '괄도네넴띤' 되니 7만5000개 23시간만에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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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 이벤트

일주일간 팔려던 물량 판매 대박

LF패션은 ‘냐’ 캠페인 벌여 호응

“언어 파괴” “마케팅 효과” 논란도

중앙일보

팔도가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괄도네넴띤'을 선 보였다. 팔도 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언뜻 ‘괄도네넴띤’처럼 보인다고 해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한 신조어에서 따왔다. [사진 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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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도네넴띤’. 팔도가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제품의 이름이다. 팔도 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언뜻 ‘괄도네넴띤’처럼 보인다고 해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한 신조어에서 따왔다.

이는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기하는 것과 같이 기존에 있던 단어를 비슷한 모양의 글자로 변형하는 방식이다.

팔도는 이 신조어를 한정판에 적용해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팔도 비빔면과 달리 포장에서부터 차별화를 뒀다. 비빔면을 상징하는 파란색 대신 흰색 바탕으로 포장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기존 제품보다 더 맵다. 괄도네넴띤엔 할라피뇨 분말과 홍고추가 들어가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가 2.652SHUD에 달해 기존 팔도 비빔면보다 5배 더 매운 것이 특징이다.

괄도네넴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팔도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단독으로 이 제품의 판매에 들어갔다.

각종 포털에선 괄도네넴띤이 인기검색어 톱10에 꾸준히 오르며 소비자의 이목이 쏠렸고, 준비했던 일주일 치 판매 물량 1만 5000세트(7만 5000개)는 불과 23시간 만에 전부 팔렸다. 팔도 측은 부랴부랴 괄도네넴띤 공장 라인 완전가동에 들어갔으며 3월 초로 예정된 오프라인 판매를 앞당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인균 팔도 마케팅 담당자는 “네넴띤이란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언어 파괴라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문화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출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으로 그들의 언어로 제품화를 했을 때 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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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본격적인 전문점 시대를 개막 한다. 사진은 삐에로쑈핑 논현점 전경.




괄도네넴띤과 같은 ‘언어 파괴 마케팅’은 유통업계의 화두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인 ‘삐에로쑈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삐에로쑈핑은 외국어 표준 표기법에 따르면 잘못된 표현이다. ‘피에로 쇼핑’이 맞다. 그러나 된소리 발음을 강조하면서 활자 모양도 복고풍으로 구현해 소비자의 ‘뉴트로(new+Retro)’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SG닷컴의 ‘쓱’도 이런 마케팅 가운데 하나다. 2016년 처음 등장한 ‘쓱’ 광고는 온라인몰 SSG를 한글로 표현한 단어다. 첫 등장 이후 논란이 됐지만, 이슈 몰이에 성공하면서 쓱 광고 노출 기간SSG몰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다.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현대H몰은 지난해 10월 생활용품 자체브랜드(PB)인 ‘ㄱㅊㄴ’을 론칭했다. ‘ㄱㅊㄴ’는 소비자가 쇼핑할 때 품질이나 가격, 디자인 등에 있어 긍정적인 감정 표현인 ‘괜찮네’의 초성을 브랜드화한 것이다. 가성비를 핵심으로 소비자의 삶에 편리함을 한 단계 높여주자는 의미를 담았다는 것이 현대홈쇼핑 측의 설명이다.

패션기업 LF도 브랜드 영문 이름이 한글 ‘냐’처럼 보인다는 데 착안해 이를 광고 시리즈로 제작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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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은 내국인 고객과 소통을 위해 친근한 카피 문구 ‘냠’을 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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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내국인 고객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전개한 ‘냠’ 캠페인도 있다. 롯데듀티프리(LOTTE DUTY FREE)의 영어 단어 첫 글자 LDF에서 D를 밑으로 내리면 한글 ‘냠’이 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면 ‘냠냠’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이 면세점에서 기분 좋은 쇼핑을 하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언어 파괴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회사원인 김현우(46) 씨는 “기업이 생활 속 제품명에까지 급식체(급식을 먹는 세대가 사용하는 문체)를 쓰는 것은 잘 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오랜 시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브랜드라면 더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이혜경(23)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괄도네넴띤을 구해 먹어보고 싶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젊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브랜드의 노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는 “논리나 문법, 이성보다는 소비자의 감성이나 본능적인 부분에 호소해 시선을 끌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라면서도 “언어 파괴 마케팅은 국민 정서나 국어 사랑과 같은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변화를 주는 측면 정도로 기업에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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