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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조영남 측 '검찰판 악마의 편집'…무죄 이끌어낸 '영상녹화 조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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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안채원 기자] [the L]檢, 유죄 취지 진술 후반 부분만 영상녹화…법원, 신문조서 증거 능력 인정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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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代作) 그림을 팔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조영남씨가 지난 2018년 8월 17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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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영상녹화 시점을 임의적으로 조작해 유죄 진술을 이끌어 내려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결국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무죄 판결로 이어졌다. 피의자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도입한 영상녹화제도가 일선 수사 현장에서 '무늬만 인권 검찰'을 표방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피의자 영상녹화 적정성이 결정적으로 무죄를 이끌어낸 것은 가수 조영남씨의 '대작(代作) 그림 판매 의혹' 사건이다. 조씨는 대작(代作) 작가를 기용해 그림을 그려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20일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초 검찰은 신문 과정에서 조씨가 대작이라는 것을 인정한 진술을 결정적 증거로 제시하며 유죄를 주장했으나 조씨가 검찰 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성을 부인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즉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씨의 뜻이 아닌 검찰의 강요에 따라 이뤄진 진술이므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이다.

신문조서의 신빙성을 두고 검찰과 조씨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자 피의자 영상녹화가 이를 판단해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물로 작용하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조씨의 진술 일부만을 담도록 신문 과정 마지막 부분만 영상녹화한 것이다.

조씨 측은 "신문 초반에는 조씨가 대작이 아니라 자기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사가 거짓말하지 말라며 윽박지르고 압박하면서 대작이라고 인정했다"며 "앞부분은 영상녹화가 되지 않고 검찰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녹화가 됐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상에도 피의자 진술의 영상녹화에 대해서는 조사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녹화하도록 돼 있다.(244조2항) 검찰이 피의자 진술을 임의로 편집하거나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재판부 역시 검찰이 영상녹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상 절차를 위반한 점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조 씨는 법정에서 (대작 혐의를 인정한) 검찰 신문조서의 진정 성립을 부인했고, 검찰은 이에 대해 영상 녹화물 등 객관적인 방법으로 입증하지 못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를 대리하는 신민영 변호사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만 받아적는 관행에 대해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 본다"며 "'검찰판 악마의 편집'을 중단하고 진술과정 전체에 대한 녹화를 의무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는 검찰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권침해를 막고자 2007년 도입됐다. '인권검찰'을 강조해온 문무일 검찰총장도 영상녹화 조사실 구비를 강조하는 등 영상녹화 제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럼에도 2017년 17%, 2018년(8월) 10%로 이용률은 오히려 급감하는 등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이 수사 편의적으로 영상녹화를 이용하는 것을 엄격히 방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관련법 조항을 제대로 모르고 재판에 나섰다는 점이 황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은 2007년 피의자 영상녹화 제도가 만들어진 직후 대검예규에 '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을 만들어 일선 수사 현장에 내려보냈다. 12조 '영상녹화시 유의사항'에선 '검사 또는 수사관은 영상녹화 조사시 적법절차를 준수해 인권을 보호하고, 조사과정의 불법성으로 인한 조서의 증거능력 상실 위험 등을 방지해야 한다'고 규정해놨다.

그러나 이제껏 피의자 영상녹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업무처리 지침 준수 여부에 따른 징계 조치 등이 취해진 경우는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영상녹화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 지침도 의무 사항이라기보다는 권고 사항 정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태은 안채원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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