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신생아 사망, 의료과실 입증 안돼" 이대목동 의료진 무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심 법원 "주사기가 균에 오염돼 패혈증 걸렸을거라 의심되지만 검찰 증거론 인과관계 확인 안돼"

유족측 "예상치 못한 결과" 반발, 의료계 "법원 판결 존중한다"

조선일보

2017년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고로 기소된 의사·간호사 7명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영양 주사제가 의료진 과실로 세균에 오염됐느냐가 쟁점이었다. 법원은 "의심은 들지만 완벽히 입증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안성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 조수진 교수와 박모 교수, 수간호사, 전공의 등 7명에 대해 "의료 과실(過失)과 신생아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17년 12월 16일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신생아 4명이 1시간 20분 동안 잇따라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사망 전날 신생아들에게 투여된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고, 신생아들이 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멸균 장갑을 끼지 않고 주사제를 나눠 담았고, 개봉 즉시 사용하거나 냉장 보관해야 하는 주사제를 5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해 4월 "주사기와 숨진 신생아 4명에게서 같은 유전자형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며 "준비 과정에서 주사제가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병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의료 사고로는 이례적으로 의료진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작년 4월 "시설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며 신생아 중환자실을 폐쇄했다가 감염 예방 시설을 보강해 작년 10월 다시 열었다.

법원은 환자 한 명에게 쓰게 돼 있는 주사제를 7개 주사기에 나눠 넣는 등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됐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경우 주사제를 다루는 주의 사항, 간호사 지침, 간호기본학 교양을 준수하지 않았고, 주사제를 처방한 의사들은 이를 감독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런 부주의한 행위와 신생아 사망 사이에 확실한 인과관계가 완벽히 성립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사제가 균에 오염됐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고, 의료진의 의료 행위로 신생아들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했을 가능성 있어 보이기는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사건 당시 투여한 주사제가 균에 오염된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실온에 보관돼 있던 영양제 주사를 함께 맞은 신생아 5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지만 생존한 한 명에게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균이 발견된 주사기도 수거 전 10시간 이상 의료물 폐기함 안에 있어서 균이 다른 경로로 들어갔을 수 있다고 봤다. '합리적 의심이 없이 입증된다'의 의미에 대해 서울남부지법 김용찬 공보판사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과 관계가 70~80% 이상 입증된 경우"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유족 대표가 무죄 판결 이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판결 직후 온라인 여론도 "그럼 누구 책임이냐"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임신 4개월 차인 서지영(33)씨는 "대형 병원 안에서 신생아 감염이 일어났는데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판단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도 항소할 방침이다.

의료단체들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증거주의에 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고 민사적 책임도 져야 한다"며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의료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감염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것은 인정되지만, 애초 정확한 사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구속 수사까지 한 것은 무리였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