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미세먼지도 모자라… 중국發 수은, 매년 21t 서해에 쌓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저 퇴적물 500여개 분석 결과

중국이 대기로 내뿜은 수은, 바닷속 유기물과 결합돼 축적

중국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수은이 우리나라 서해의 해저 퇴적층에도 쌓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남해연구소 해양시료도서관에 보관 중인 약 500개의 해저 퇴적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임동일 KIOST 연구팀이 분석한 시료들은 KIOST가 지난 10년 동안 서해, 북동중국해의 연안과 대륙붕에서 연구하면서 채취한 것이다.

그동안 연안 쪽에서 수은 농도를 측정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대륙붕까지 포함해 500개의 시료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동일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해양 환경 분야 저명 학술지 '마린 폴루션 불리틴(Marine Pollution Bulletin)'의 최근 호에 게재됐다.

수은은 강한 독성을 가진 오염 물질 가운데 하나로, 대기로 방출된 뒤 지구를 순환하면서 육상과 해양으로 유입돼 환경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체에 장기간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신장에 심각한 장애를 유발한다.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은 수은 배출량도 세계 1위다. 동아시아에서 매년 대기로 방출되는 수은의 양은 전 세계 방출량의 약 54%(1100t)로 이 중 600t이 중국에서 나온다.

육상에서 하수로 배출되는 수은은 강 하구나 연안에 쌓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중국 양쯔강, 황허 하구 지역은 모두 수은 농도가 높다. 그런데 연구팀의 연구 결과, 하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는 서해와 동중국해 한가운데에도 비교적 농도가 높은 곳이 많았다. 연구팀은 대기를 통해 먼바다까지 확산한 수은이 우리나라 서해와 동중국해의 대륙붕 지역에서 바닷물 속 유기물과 결합해 해저 퇴적층에 쌓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매년 서해와 북동중국해에 침적되는 수은의 양은 약 21t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에서 대기를 통해 방출되는 상당한 양의 수은이 서해, 동중국해를 비롯하여 동해, 남중국해, 태평양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동일 박사는 "연구 해역이 방대하기 때문에 유입되는 수은의 양이 당장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우리 해안으로 유입된 수은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