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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60년째 다짐해요, 오버 말고 악보대로만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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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주년 새 앨범 낸 이미자… 신곡과 새로 녹음한 히트곡 담아

"나는 노래를 잘했던 게 아니라 목소리가 그 시절에 맞았을 뿐"

"'이미자의 노래는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면서 부르는 천박한 노래'라는 꼬리표가 늘 붙었습니다. 서구풍으로 노래 스타일을 바꿔볼까 하다가도 주변머리 없는 성격 탓에 참고 견뎠지요. 60년이 흐른 지금 그 시절을 되돌아 보니 잘 지탱하며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엘레지의 여왕'은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무대에 서 온 시간들을 떠올리는 듯 두 눈이 촉촉하게 빛났다.

가수 이미자(78)가 데뷔 60주년을 맞았다. 히트곡을 담은 새 앨범도 21일 발매했다.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라는 새 노래도 5년 만에 발표한다. 오는 5월 8일부터 사흘간 세종문화회관에서 60주년 기념 콘서트도 연다. "바쁠 때도 있었고 노래가 금지곡이 되면서 무대에 서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제 목소리를 사랑해주신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선일보

데뷔 60주년을 맞은 이미자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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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그는 60년간 2100여 곡, 음반 500여 장을 발표했다. 1964년 '동백 아가씨'가 크게 히트한 뒤 한국인이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 됐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우리 군인들을 위해 해외 위문 공연을 떠났고, 2002년엔 평양 단독 공연을 최초로 열었다. 그는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내 목소리가 그 시절에 맞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지금보다 힘들었던 시절에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던 것 아닐까"라고 했다.

꾸준한 인기는 악보 그대로 노래하는 이미자 특유의 정직함 덕분이기도 하다. 기교나 변화 없이 그는 60년을 한결같은 창법으로 노래했다. "몇 년간 같은 히트곡을 부르다 보면 가수한테 기교가 생겨요. 그 노래에 자신이 생기는 거죠. 박자를 늘렸다 좁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항상 그 앨범을 녹음했을 때를 떠올리며 무대에 섭니다. '오버하지 말자' 되뇌면서요."

새로 내놓은 앨범엔 70대가 된 그의 목소리도 담았다. '동백아가씨' '여로' '여자의 일생' 등 12곡을 지난해 다시 녹음했다. "20대 목소리부터 70대가 된 목소리를 한 번에 담고 싶었다"며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앨범엔 자신의 노래뿐만 아니라 '황성옛터' '목포의 눈물' '찔레꽃' '눈물젖은 두만강' 등 잊혀 가는 전통 가요도 스무 곡 담았다. "우리 가요의 뿌리가 사라지기 전에 영구히 보존할 수 있도록 남기고 싶어서요." 한국 가요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노래를 부를 때 슬픈 표정 하나 없이 가슴 아픔을 전할 순 없지요. 서구풍의 노래가 많이 몰려와서 우리 가요가 파묻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60년간 노래해 온 그의 마음은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에 녹아 있다. '역사의 뒤안길에 함께 걸으며/ 동백꽃도 피고 지고 울고 웃었네/ 내 노래 내 사랑 내 젊음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나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여기 있으니 행복해요.'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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