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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2차회담 시작도 전에 3차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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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이 마지막 만남 아닐 것… 제재 풀고 싶지만 北이 뭔가 해야"

트럼프, 협상 장기화 시사… 볼턴은 이번 주말 한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김정은과의) 이번 만남이 결코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를 풀고 싶지만 다른 쪽(북한)이 의미 있는(meaningful)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2차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추가 회담을 언급하며 '제재 해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제재는 전부 유지되고 있고, 모두 알다시피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를 거론하며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가장 노골적인 언급"이라고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제재 완화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라고 말했었다.

비핵화 협상 장기화를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을 두고 미 조야에선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수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라고 하는 게 텔레비전 코드 뽑듯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긴 시간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후속 회담이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각각 '제재 해제·완화' 대가로 언급한 '의미 있는 무언가'와 '좋은 결과'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α)'를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핵 신고, 추가 시설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다른 조치를 가져와야 미국이 '제재 완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신고'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시설의 개수와 위치를 밝히는 건 미국에 '공격 대상'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북이 합의하는 '알파(α)'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변 외에 상징적인 시설 1~2곳을 추가로 폐쇄하거나 ICBM을 일부 폐기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사실상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을 미국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해제'까지 언급한 건 지금까지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에 대한 원론적인 표현, 거기에 '핵 동결' 정도가 담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미 조야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쏟아졌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날 미 CBS방송에 "1차 정상회담에서 모호한 성명 이상의 결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2차 정상회담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가 비핵화 협상 대신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합법화하는 쪽으로 나가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 장기화가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도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교착 상태에 안주할 것을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협상이 '스몰딜' 또는 '빈손 회담'으로 끝날 경우 비핵화 협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서두를 게 없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김정은과의 추가 회담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핵화 조치와 대가를 주고받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사실상 동의한 것"이라며 "협상이 길어질 경우 북한에 끌려 다닐 우려가 있다"고 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비핵화 협상 과정마다 북한이 이용했던 '시간 끌기' 전략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협상의 장기화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시사한 건 결국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는 요원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김정은과 섣부른 합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몰라 실무 협상팀에서 다양한 협상안을 준비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2차 정상회담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CNN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금주 말 한국을 방문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하면서 대북 제재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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