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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구 10만명 무너졌다" 상주시 공무원들 喪服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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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도시 씁쓸한 현실 보여줘"

경북 상주는 쌀과 곶감, 누에 등 세 가지 흰 작물이 유명해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21일 오전 상주시 공무원들은 일제히 검은 넥타이를 매거나 검은 옷을 입고 출근했다. 상주시 인구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사실에 침통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인구 10만명은 시(市)와 군(郡)을 구분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상주시 인구는 지난달 말 10만38명으로 10만명 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8일 결국 10만명 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9만9986명으로 떨어졌다. 상주시는 지난 20일 산하기관을 포함한 전 직원 1190여 명에게 "21일 출근 때 검은 넥타이나 검은 옷을 착용하고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조선일보

21일 경북 상주시 공무원들이 검은 옷과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출근해 일하고 있다. 최근 상주시 인구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지자 황천모 상주시장이 “다시 출발하자는 각오를 다지자”며 전 직원에게 검은 옷 차림 출근을 지시했다. /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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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벤트는 황천모 상주시장의 지시였다. 황 시장은 "인구 10만명 붕괴는 상주시로서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다시 출발하자는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라고 했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인력과 자본이 수도권으로 몰리기 때문에 지방은 홀대받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는 방법 또한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상주시의 사례는 중소도시가 직면한 인구 하락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상주시는 조선시대 경상감영이 있었을 정도로 영남을 대표하는 고장이었다. 1965년에는 인구 26만567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50여년간 서서히 인구가 줄어들었다. 상주를 대표할 만한 큰 기업이 없어 젊은 층이 잇따라 도시로 빠져나갔다.

상주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실시했다. 대학생이 시로 전입신고를 하면 학기마다 지원금 20만원씩을 줬다. 20L짜리 쓰레기봉투 36개도 제공했다. 또 최대 2400만원의 출산·육아지원금 등도 지원했다. 그러나 인구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북서는 상주 외에도 영주시(1월 말 현재 10만6621명), 영천시(10만1234명) 등이 10만명 선을 위협받고 있다.




[상주=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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