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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노인 기준 70세 탄력…국민연금 지급 시기 늦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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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할수 있는 나이 65세” 파장

노동계 등 대법원 판결 환영 속

정년 65세로 연장엔 신중론

“청년과 일자리 갈등 심해질 우려”

중앙일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만 60세로 인정한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상향할지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동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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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 것은 고령층의 평균수명 증가뿐만 아니라 체력 향상, 일하는 노인 증가 등을 반영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렇게 방향을 잡으면서 정년 연장,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등의 논의에 탄력을 받게 됐다.

노동가동연한과 가장 밀접한 게 정년이다. 2013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개정하면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1991년 권고조항으로 만든 것을 22년 만에 의무화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년연장과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 조정, 노인 연령 기준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년이란 게 노인 근로를 보장하는 기능을 하지만 제한할 때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없애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2015년 10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을 공개하면서 정년 연장 추진을 분명히 했다. 고령화 속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 후 진도가 나간 게 없지만 휴화산일 뿐 지하에서 끓고 있다. 이번 판결이 활화산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신중하다. 양대 노총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사회경제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60세 정년 의무화가 얼마 안 됐고 청년과 일자리 갈등이 심해질 것을 걱정해서다. 신중한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권장하지만 전제 조건은 나이 든 사람이 기득권을 상당수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청년층과 노인층이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정년은 국민연금과 밀접하다.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이 정년이다. 대개 66~67세다. 이번 판결도 국민연금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65세까지 일한다면 그때까지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해서 노후 연금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59세까지만 의무 가입이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해 8월 연금개혁을 논의할 때 의무가입 연령 연장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늙어서도 가입하란 말이냐”는 반발이 거세자 정부가 지난해 말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계획안을 제출하면서 뺐다.

또 정년 연장과 함께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올리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수급개시 연령은 올해 62세이며 순차적으로 늦춰져 2033년 65세까지 늦춰지게 돼 있다. 일본은 정년(현재 65세) 개념을 아예 없애려 한다. 양재진 교수는 “국민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면 의무 가입 연령을 늦추는 것을 자동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한다. 이를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이 최근 잇따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 정기이사회에서 70세 상향을 제안했다. 정부도 그해 3차 저출산·고령사회계획에서 같은 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노인의 건강 상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노베르트 슈나이더 독일연방인구연구소장은 “지금의 70세는 25년 전 60세의 건강상태와 같다”고 말한다. 지난달 공개된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노인들은 노인 연령을 72.5세로 여긴다. 하지만 기준 연령을 올리면 노후 준비가 덜 된 노인의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린다. 기초연금, 임플란트 건강보험, 동네의원 진료비 할인, 지하철 무료이용 등 65세에 맞춰진 복지가 한둘이 아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동연한 상향은 정년 연장과 노인에 대한 정의 등이 모두 다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노인 기준을 올리면 혜택의 상당수를 못 받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년을 늦추고 노인 기준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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