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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금·국민연금·건보료 매달 95만원…쓸 수 있는 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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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10% 늘어 … 내수 위축 우려

빈곤층, 지원금이 근로소득 추월

세금·국민연금·건강보험료같이 국민이 매달 의무적으로 내는 돈(비소비지출)이 급증했다. 경기 부양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려고 세금·사회보험료 징수를 늘리다 보니 내수가 위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5만3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4분기 기준 비소비지출 증가 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12.5%)부터 10%를 웃돌았다. 평균 가계소득(460만6100원)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7%였다. 전년 동기 비소비지출 비중(19.5%)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벌어들인 돈의 20%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정부에 낸다는 뜻이다.

비소비지출이 늘면 가계소비 여력이 줄 수 있다. 정부는 출범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아동수당 확대가 대표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다 보니 비소비지출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목표보다 더 거둔 세금은 25조1000억원에 달했다.

평균 근로소득이 6.2% 늘어나는 동안 이전소득(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보조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과 개인·지인 간 나눈 사적 이전소득)은 11.9% 증가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고,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기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른 점, 아동수당·실업급여 등이 늘어난 게 주 이유였다. 특히 소득 하위 20% 계층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근로소득보다 이전소득이 더 많았다. 취약계층이 많은 자영업·일용직 취업자가 줄면서 근로소득이 감소했다. 저소득층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주의 무직 비중이 55.7%로 1년 새 12.1%포인트 증가했다”며 “2분위(하위 20~40%) 가구에 있던 자영업자가 상황이 나빠져 1분위 계층으로 내려앉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득 양극화가 벌어졌지만 복지 혜택은 고소득 계층에서 더 빠르게 늘었다.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가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 이전소득은 52.9%, 1분위 가구는 28.5% 증가했다. 고소득층이 받는 연금소득이 늘어난 데다 아동수당 등 사회수혜금이 140.9% 증가하면서다. 같은 기간 1분위 가구 사회수혜금은 42.2% 늘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에선 벌금도 고소득층이 더 많이 내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한국은 누구나 똑같이 받는 ‘보편적 복지’ 형식을 취하다 보니 고소득층의 혜택이 저소득층보다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저소득층 지원에 집중하는 형태로 복지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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