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서울 주택 증여 30% 늘어
공시가격 4월 인상 전에 서둘러
15억 집 증여세 5월엔 2억 올라
보유세 부담 덜고 증여세도 절감
서울 강남구 주택가의 모습. 올해 강남구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35% 오르면서 증여세 등 세금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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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권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주택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인상에 대비한 절세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한다. 양경섭 세무사(세무법인 서광)는 “자산가 중엔 상속·증여 계획을 짜기 위해 세무사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며 “상담 후에는 공시가격이 오르는 4월 말 이전에 증여한 주택의 등기까지 마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근호 세무사(세무법인 오름, 전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도 “고액 자산가들의 상당수는 다주택자인데 대부분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상담 요청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시가격이 오른 뒤에도 집을 갖고 있으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가 만만치 않다”며 “그럴 바엔 증여를 선택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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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에 해당하지 않은 개별 단독주택(396만 가구)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1350만 가구)의 가격 공시일은 오는 4월 30일이다. 집을 물려주려면 그 전에 물려줘야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게 고액 자산가들의 판단이다.
주택 공시가격 인상은 고급 단독주택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원칙적으로 주택을 상속·증여할 때는 실거래 가격으로 과세한다”면서 “하지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실거래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 주택 공시가격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증여는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증여는 2457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92건)보다 30% 늘었다. 반면 지난달 주택 매매(6040건)는 1년 전보다 60% 쪼그라들었다.
고급 단독주택에서 공시가격이 오르기 전과 후의 증여세를 비교해 봤다. 세무법인 서광이 모의 계산한 결과다.
표준 단독주택으로 선정된 서초구 방배동 방배중학교 인근의 한 단독주택(면적 124㎡)은 공시가격이 32억4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77% 급등했다. 이런 집을 4월 말까지 자녀(성인 기준)에게 물려준다면 증여세는 5억3544만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5월 이후에 물려주면 11억원 이상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 인상률은 100%가 넘는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 단독주택(면적 139㎡)은 올해 공시가격이 60% 올랐다. 이런 집을 5월 이후에 물려준다면 증여세는 19억4000만원으로 4월 말 이전(10억3300만원)보다 88% 늘어난다. 양 세무사는 “단독주택은 사업용 건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며 “향후 투자가치가 크다는 점도 자산가들이 증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전세보증금 등 부채를 끼고 집을 넘겨주는 ‘부담부증여’를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집값에서 부채를 뺀 금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매기고 나머지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중과될 수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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