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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 검토 배경 및 파장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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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파악 가능 주택 27% 그쳐 / 70% 이상이 세금 부과 사각지대 / 임차인 법적 지위 향상 긍정적 / 중노년·저소득 임대인은 부담 커져 / 오른 세금 세입자에 떠넘길 수도

세계일보

정부가 전·월세에도 실거래가 의무 신고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주택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면 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노년층 등 소액 임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임대업자 등은 타격을 받게 된다. 오른 세금을 전세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려 충당하려는 임대인이 늘어나면 서민층도 피해를 본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임대차 신고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9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할 때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임대주택 692만호 중 임대료 파악이 가능한 주택은 187만호로 전체의 27%에 불과했다. 70%가 넘는 505만호가 임대료 파악이 어려운 지경이었다.

앞서 정부는 여러 차례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보여 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7년 7월 기자간담회에서 “전·월세 등 주택임대를 주택거래신고제처럼 투명하게 노출이 되는 시스템으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주택학회가 지난 19일 진행한 정책 세미나에서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도 거래정보를 투명화하고 실거래가 기반 과세를 통해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경기대 김진유 교수)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는 정확한 임대차 시장 현황 파악과 함께 임대수익에 대한 과세 현실화로 이어진다. 실거래가 신고제로 인해 임차인으로서는 주택정보 접근성이 향상되고, 분쟁 시 제3자 보증효과를 가지며 임차인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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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대인의 저항이다. 무엇보다 생계 차원에서 소규모 임대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중·노년층 은퇴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통화에서 “지금까지 내지 않았던 세금을 새로 내는 것이라 세금액수와 상관없이 파급력은 커보인다”며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소유주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 (세금에 대한) 체감은 중·저가 임대업자들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업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임대주택 물량이 감소하거나 임대인들이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하면서 월세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전세의 경우 2주택까지는 과세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월세에서 전세로 임대시장 트랜드가 급격하게 이동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세정책을 만들 때에는 어떤 계층의 부담이 큰지, 파장은 어떻게 되는지를 전반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피해를 막을 조치를 충분히 검토한 뒤 조치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선임연구위원은 “임대소득 중 비용처리나, 실거래 신고시 과거 적용 여부 등에 대해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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