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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난민은 혐오나 차별의 대상 아니고 보호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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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총회 인권위, 난민 주제로 인권정책협의회 개최

CBS노컷뉴스 이승규 기자

노컷뉴스

예장통합총회 인권위원회가 난민을 주제로 인권선교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공익법인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난민이라는 타자를 향한 공격성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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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 4백 여 명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던져준 파장은 컸다.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은 가짜뉴스를 유통하며 난민을 혐오하고 비난했다.

일부 한국교회 역시 이 행렬에 동참했다. 난민과 고아와 과부를 환대하라는 성경말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이들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난민을 보호하고 그들이 머물 곳을 주선한 교회와 단체들은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인권위원회가 난민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협의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공익법인 어필 이일 변호사는 마태복음 2장 13절부터 21절을 근거로 예수 역시 난민이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예수도 난민 출신

이일 변호사는 성경에 난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먼저 예수 스스로가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함께 헤롯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던 난민이었다는 사실, 신구약 전반에 걸쳐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말씀이 넘쳐나고, 주리고 헐벗고 갇히고 병든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일 변호사는 이런 말씀을 받드는 교회가 난민들을 향한 적대 혹은 증오하는 목소리는 어떤 근거를 들더라도 정당화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삶 속에 난민은 이미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한국은 이미 1994년 난민 협약에 가입했고, 난민 혹은 이에 준하는 지위를 얻어 사는 난민들도 이미 2천 명이 넘었다. 그럼에도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한국사회의 각박한 삶의 지표들과 연결된 부분이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일 변호사는 한국사회의 낮은 고용지표가 과연 난민들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난민을 추방하면 청년 실업이 해결되는지,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차별적인 모순이 과연 난민들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교회는 이미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교회 내외적으로 연달아 터지는 세습과 성폭력으로 존경은 커녕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일 변호사는 이렇게 존재하는 교회의 위기가 갑자기 난민이라는 타자를 향해 공격적으로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이일 변호사는 이런 위기 때문에라도 교회가 난민들 앞에서 화살을 대신 맞고, 곁에 서서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은 주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오늘날 주님이 상처 입은 난민의 얼굴로 우리를 찾아오신다고 강조했다.

이일 변호사는 미국의 재정착 난민 지원 단체 11개 중 5개가 성경에 기초한 기독교의 배경을 갖고 있다며, 한국교회 역시 난민을 보호할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난민 혐오,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원인

지난해 제주도에 머물던 예멘 난민들을 보호했던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한용길 사무처장은 난민 혐오의 확산 원인 중 하나로 입증되지 않는 난민 관련 각종 루머와 가짜뉴스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들이 테러 집단 IS 와 연계된 가짜 난민들이며, 무슬림들이 들어오면 성범죄가 증가한다는 등의 가짜뉴스들이 난민 혐오와 함께 확산됐다고 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 정부의 준비 부족과 미온적 대처, 난민 문제 처리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사실 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입국 당시 한국교회의 활약은 상당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해 라이프오브더칠드런, 월드휴먼브리지, 한국디아코니아 등은 긴급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와 선한사마리아행동 등은 난민들이 머물 곳 등을 마련해 이들이 제주도를 떠날 때까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용길 사무처장은 마지막으로 기독교인의 문화 다양성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이주민과의 다양한 긍정적인 접촉 빈도를 높여 하나님 나라의 평등과 정의가 실현되는 다문화 사회 공동체를 구현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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