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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국 “북한과 주한미군 철수 논의 안해… 비핵화 개념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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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고위 당국자 밝혀

트럼프 “北, 뭔가 해야” 김정은 묵묵부답… 신경전 계속

김혁철-비건, 베트남 하노이서 의제 실무협상 시작
한국일보

Figure 1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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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오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논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했는지는 모른다”면서 북미 양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비핵화 개념에 대한 공유된 인식을 향해 작업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하노이에서 첫 실무협상을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급 관계자는 이날 2차 북미 회담 관련 전화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전했다. 그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모든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종래에는 북한 핵 역량에 대한 전면적 신고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북미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서두를 게 없다”며 회담 기대치를 낮추며 장기전 태세를 보이고 있고, 북한은 정상회담 일정 발표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활동도 공개하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앞두고 양국 모두 기대감을 고조시켰던 것과 사뭇 다른 기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비핵화를 꺼리는 것 같냐’는 질문에 “그들이 꺼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뭔가 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재는 그대로 있다. 알다시피 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북한이 무언가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하는 가장 큰 현안이 제재 완화이지만,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그간 언급한 영변 핵 폐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함의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영변 핵 폐기는 전임 행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합의가 이뤄졌다가 진전되지 못했던 것이어서 전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로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좋은 관계에 있다. (이번 회담에서) 무언가 이뤄지는 것을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남겨두면서도 “이번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장기전 채비도 갖췄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한 시간표는 갖고 있지 않다.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를 완곡하게 거부하며 비핵화 조치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당시 16일 전에 회담 날짜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며 분위기를 띄웠으나, 2차 회담 일정은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2차 북미 회담에 대한 언급도 지난달 24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결과에 대한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유일하며 이마저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지도 알지 못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이렇다 할 공개 행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상응조치에 대한 미국 측 답변을 기다리며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선 불편한 침묵으로 응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신경전 속에서 하노이 회담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핵 담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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