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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법 "육체노동 정년 60→65세로 상향"… 손배액·보험료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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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판례 변경
전원합의체 "노동가동연한 65세" 고령사회 진입한 사회여건 고려
노동계, 정년상향 요구 거세질 듯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됐다. 30년간 유지돼 온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것이다. 사회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이 변경되는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액이 늘고 보험료가 인상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60세 노동정년 하급심 파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모씨가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노동가동 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해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5년 8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아이를 잃은 박씨는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망한 피해자의 노동 가동연령을 65세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소송에서 1·2심은 '일반 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연한은 보통 60세가 될 때까지로 하는 것이 경험칙'이라는 기존 판례에 따라 노동 가동연령을 60세로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대법원은 지난 1989년 대법원은 가동연한 기준을 60세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박씨는 "기존 판결이 선고된 1980년대와 비교할 때 고령사회 진입과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 수준과 고용조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노동 가동연령의 상향 여부는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보험제도와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며 두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평균연령과 기대수명 증가로 하급심 법원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판결들이 여러 건 나오자 엇갈린 하급심 판결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전원합의체 회부 배경으로 작용했다.

■'고령사회 진입'이 판례 변경

이날 대법원은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이런 판단의 근거로 △국민 평균여명이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 △실질 은퇴연령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인 점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 혹은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만 63세로 봐야 한다"고 했고, 김재형 대법관은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만 65세 등 특정연령으로 단정해 선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만 60세 이상이라고 포괄적으로 선언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고 별도 의견을 제시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 따라 사회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이 바뀌는 만큼 보험이나 정년·연금제도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장 손해배상액과 함께 보험금 지급액도 늘어나 보험료가 동반 상승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계에서 60세 이상인 현행 정년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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