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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국선 "걸리면 바보"라는 사인훔치기…미국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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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사무국 사인훔치기 방지 조항 만들어

외야에 중계 카메라만...생방송 화면 8초 늦게 띄워

야구에서 '사인 훔치기'는 오래된 논란이었다. 같은 팀끼리 작전을 공유하는 수신호인 '사인'을 상대 팀이 알아챌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정보가 된다. 투수가 던질 구종을 알면 타자가 이길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LG의 사인훔치기는 KBO리그를 발칵 뒤집어놨다. 광주 원정경기 라커룸 벽에 'KIA 구종별 사인'이라는 제목의 문서 한 장이 붙은 것이다. KIA 투·포수의 사인을 그림으로 그려 선수들과 공유한 사실이 사진기자 눈에 띈 것이다.

KBO는 리그 규정 제26조 2항은 '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및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를 적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LG는 벌금 2000만 원을 냈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LG가 황당하게 '자폭'한 사례일 뿐 대부분의 구단이 상대 사인을 분석해 공유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히려 사인을 들키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메이저리그라고 '사인 훔치기' 유혹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20일(한국시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6개 팀이 사인을 훔치려고 외야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카메라와 방송 기술 발전이 '사인훔치기'로 이어지는 걸 적극적으로 막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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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사인 훔치기'를 강력하게 규제하기로 했다. SI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 구장 외야에는 중계사 카메라만 위치할 수 있도록 하고, 구단 내부 비디오 화면 사용도 규제하기로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를 어기면 신인 또는 국제 선수와 계약할 때의 계약금을 잃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사인 훔치기'를 적극적으로 규제하기로 한 것은 리그의 정의 실현뿐 아니라 상업적 가치를 위해서다. 사인 훔치기가 이뤄지면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사인이 더 복잡해지고, 이는 경기 시간이 길어지게 해 팬들이 떠날 거라는 분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각 구단 단장, 감독에게 새 규정을 준수해달라고 지시하고 있다. 또한 구단 내부의 생중계 화면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사인 훔치기'를 방지할 참이다.

사무국은 경기장에서 생중계 화면을 각 팀의 지정된 비디오판독관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비디오판독관은 모호한 심판판정에 나왔을 때 비디오 판독 여부를 감독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당장의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디오 판독관에게만 생중계 화면을 제공하고, 불펜이나 클럽하우스 TV 화면은 실시간보다 8초 늦게 송신할 예정이다. TV로 사인을 훔치고 이게 선수에게 전달돼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사인훔치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기술도 향상되고 있다. 자동 '고의4구' 등 스피드업을 위해 개혁적은 변화를 시도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다른 측면의 노력이기도 하다.

김식 기자 see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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