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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Top-Notch]88 러시아의 '인터넷 킬 스위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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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끊어라.’

국가 안보, 정국 안정 등을 이유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는 조만간 국제 인터넷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는 ‘킬 스위치(kill switch·비상 정지)’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미국의 IT전문 미디어 ZDNet이 최근 보도했다.

짐바브웨. 콩고, 수단, 방글라데시, 가봉 등 5개국도 올 해 1월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국 안정 등을 이유로 인터넷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강력한 인터넷 방화벽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차단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으로 러시아,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인터넷 이용을 강력히 통제하는 ‘디지털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 기류와 맞물려 ‘디지털 냉전 체제’가 출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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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작년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을 금지한데 이어 올해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킬 스위치' 실험을 할 예정이다./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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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4월 이전 인터넷 전면 차단 실험"

영국의 BBC 등은 러시아가 국민들의 국제 인터넷망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실험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 실험은 작년 말 러시아 의회에 제출된 ‘디지털 경제국가 프로그램(Digital Economy National Program)' 법안이 제시하는 인터넷 시스템의 작동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정안 제출 마감인 4월 1일 이전에 실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 경제국가 프로그램’ 법안은 러시아의 인터넷서비스 사업자(ISP)들이 외국의 인터넷망 접속 차단시에도 작동하는 자체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또 러시아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모든 트래픽을 통신감독 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zor)가 통제하는 경로로 전송하고, 웹 트래픽의 출처를 규명하고 금지 콘텐츠를 차단하는 네트워크 장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강력히 지원하는 이 법안은 지난 13일 러시아 하원의원 334명의 찬성(반대 47명)으로 1차 독회를 통과했다. 하원의 2, 3차 독회와 상원 표결,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쳐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ZDNet은 "메가폰, 비린, MTS 등 러시아 인터넷 사업자들이 인터넷 트래픽의 대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에 대해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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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작년 9월 ‘국가 사이버 전략'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카타르 미군 공군 기자의 통합 참모부 작전실의 모습./사진=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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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독일 등 "사이버 공격 좌시 않겠다‘

러시아는 ‘디지털 경제국가 프로그램’ 법안과 인터넷 단절 실험이 작년 9월 미국의 ‘국가 사이버 전략(National Cyber Strategy)’에 대응하는 러시아의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사이버 전략’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을 사이버 위험 국가로 지정한 미국이 러시아 인터넷을 글로벌 인터넷망과 단절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존 볼튼 백안관 안보보좌관은 작년 미국의 새로운 사이버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로이터 등은 "영국, 독일, 노르웨이 등이 올해 상반기 러시아의 사이버 해킹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 방침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의 인터넷 차단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론 와이든 미 상원의원은 지난 18일 "인터넷 규제를 강화하고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러시아의 어떤 조치도 규탄한다"며 "미국은 언론 자유와 자유로운 온라인 상거래를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을 해결할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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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영리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작년 중국의 인터넷 통제 모델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그래픽=프리덤 하우스



◆ CNN, "인터넷 폐쇄가 뉴 노멀이 될 수도"

아프리카 등에서도 인터넷 차단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다.

CNN은 "최근 3년간 정부 주도의 인터넷 차단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온라인상의 반정부 기류를 억압하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각국 정부의 ‘뉴 노멀(새 표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적 규모로 인터넷이 차단된 사례가 2018년 185차례로 2017년(108차례) 보다 56%나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올해 들어서도 정부 주도의 인터넷 차단 조치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움직임을 막기 위해 인터넷 접속을 완전히 차단했고 짐바브웨 정부는 반정부 시위 진압을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지난 2017년에는 스페인도 카탈루냐 독립 국민투표 당시 카탈루냐 일대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단체 ‘킵잇온'은 "수많은 인터넷 검열 전술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전면 차단 역시 중국에서 대중화된 것"이라며 "아시아, 아프리카 등이 최악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방성수 기자(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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