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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3년 고생' 노량진 현대화시장…"제 궤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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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구시장 갈등은 여전…수협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민의 자산" vs 구시장 "모래밭에서 상인들이 일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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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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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흥정하는 소리에 시끄러웠을 저녁시간, 서울 노량진동에 위치한 옛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산했다. 관광차 방문한 외국인들 외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9일 옛 수산시장 입구에 걸린 '구(舊)시장 정상영업합니다'는 현수막이 무색했다.

반면 바로 옆 현대화시장로 향하는 통로에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퇴근 후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왼쪽(현대화시장)과 오른쪽(구시장) 중 왼쪽길로 방향을 잡았다. 경기가 어려워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횟감으로 쓰이는 생선 판매장에는 손님이 많았다.

수협과 구시장 상인간 갈등은 벌서 3년째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2004년 시작돼 2012년 착공했다. 2016년 3월 개장했지만 일부 구시장 상인들이 시설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신(新)시장에 입주한 상인들은 고래싸움에 낀 새우 처지가 됐다. 좁아진 매장 등 불편함을 감내하고 터전을 옮겼지만 갈등이 지속되면서 손님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접근성 면에서 구시장이 우월했고 신시장이 개장했다는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시장을 찾은 사람들도 비어있는 매장과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다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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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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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입주가 대부분 완료되고 신(新)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안정됐다는 상인이 많았다. 수협이 지난해 8월 명도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승소한 후 폐쇄조치에 나선 것도 사람들을 신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신시장 편의성이 구시장보다 좋아져서다.

신시장에서 냉동수산을 판매하는 상인 A씨는 "구시장에 주차를 못하게 된 이후로는 손님들이 새 시장으로 많이 오게됐다. 어서 남은 문제가 해결되서 손님들이 한 곳으로 오게 됐으면 좋겠다"며 "단골매장이 있는 손님들은 구시장으로 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쪽으로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B씨도 "처음에는 공실도 많고 손님도 나뉘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착이 됐지"라며 "막상 장사를 해보면 그렇게 좁지는 않다. 구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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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 촉구 현수막/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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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와 환기문제는 문제로 지적됐다. 수산물 신선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시장 상인 C씨는 "냉난방이 잘 되서 안 춥고 안 더운건 좋지만 수산물이다보니 냄새가 많이 난다"며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건물 벽을 부숴야 하는데 이미 지은 것을 그러기도 쉽지 않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수협은 도구 교체 등을 통해 냄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문자를 위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 냉난방 시설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환기문제도 있지만 나무가판, 스티로폼 상자처럼 냄새가 밴 도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라며 "수산시장이 안정화된 후 도구를 일괄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 관계자는 "구시장과는 다르게 벽을 만들어서 냄새가 난다는 상인들도 많지만 방문객들을 위해서는 냉난방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은 수협중앙회 산하 기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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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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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시장은 잇따른 충돌 이후 형편이 더 안 좋아졌다. 전등이 꺼진 옛 시장 입구처럼 상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현대화 시장으로 옮긴 상인들 자리는 관리되지 않은 폐가가 됐다. 119개소가 구 시장에 남았지만, 실제로 장사를 하는 상인은 그 절반이 되지 않았다. 길가는 사람들을 잡던 호객행위도 예전만 못했다.

협상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한 구 시장 상인은 대뜸 팔을 내밀었다. 무엇인가에 긁혀 연고를 바른 손이었다.

구 시장 상인 D씨는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부수러 온다. 무슨 공실관리라고 해가지고 우리 짐을 치우고 가판대를 부순다"며 "나는 긁힌 수준이지만 더 심하게 다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수협 입장은 달랐다. 대법원까지 간 명도소송과 4차례의 집행을 거부한 데 따른 불가피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폭력 피해자는 수협 직원들이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구시장 상인들이 대법원 판결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불법적으로 넓히면 해당 구역에 대해 따로 명소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다른 공간을 점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실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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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량진 수산시장/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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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간 감정의 골은 이미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넌 듯 보였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시각부터 크게 달랐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수협은 70년대부터 수산시장을 운영하면서 자발적으로 나간 상인들 외에는 나가라고 한 적 없다. 40년간 누려온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며 "신시장에 들어오라고 끊임없이 권유했는데 생존권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민들의 자산"이라며 "수협 입장에서는 상인들의 편의만을 봐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구시장 비대위 지도부를 맡고 있는 상인 E씨는 "모래밭에서 소금물 먹으며 키워온게 상인들"이라며 "수협은 수산시장을 원 그대로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E씨는 "(현대화시장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통풍이 되지 않아 수산물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 수산물 시장의 기본이 안 된 구조"라며 "현재 수협의 태도는 결국 수산시장을 없애고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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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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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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