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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이름을 쓰는 '두 개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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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르포]구시장 상인의 반발로 수년째 갈등…버티기에 나선 상인에 고민 깊어지는 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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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저녁 방문한 서울 동작구의 옛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산했다.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문을 모른 채 방문한 외국인만 눈에 띄었다. 시장 입구에 걸린 '구(舊)시장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은 처량했다.

같은 시각 구시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신(新)시장은 분위기가 달랐다. 상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기가 어려워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상인들이 있었지만 횟감으로 쓰이는 생선 판매장에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과 구시장 상인 간 갈등은 벌서 3년째다. 수협은 낙후한 노량진 수산시장을 현대화된 시설로 옮기기 위해 2004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신시장은 2016년 3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구시장 상인 중 일부가 이전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의 매장규모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신시장의 매장규모는 1.5평이다. 구시장도 공식 매장규모는 1.5평인데, 대다수 상인들이 고객통로를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해왔다. 심지어 신시장의 매장규모는 2009년 수협과 상인들이 합의한 내용이다.

구시장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 관계자는 "수협은 수산시장을 그대로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현재 수협의 태도는 결국 수산시장을 없애고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 서류에 아직 서명하지 않은 구시장 상인은 총 119명이다. 실제 구시장에 남아 장사하는 상인은 50~60명이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을 꾸준히 설득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출입구 봉쇄에 나서기도 했다.

법원은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수협은 임대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수협이 구시장 폐쇄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의 '버티기'로 3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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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장은 잇따른 충돌 이후 형편이 더 안 좋아졌다. 전등이 꺼진 옛 시장 입구처럼 상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현대화 시장으로 옮긴 상인들 자리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빠르게 안정화 단계를 밟고 있는 신시장과 다른 모습이다.

신시장에서 냉동수산을 판매하는 상인 A씨는 "구시장에 주차를 못하게 된 이후로는 손님들이 새 시장으로 많이 오게됐다"며 "남은 문제가 빨리 해결돼 손님들이 한 곳으로 오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B씨도 "처음에는 공실도 많고 손님도 나뉘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착이 됐다"라며 "막상 장사를 해보면 그렇게 좁지는 않다. 구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협은 현대화사업 완료 후 노량진 수산시장을 문화·관광형 랜드마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버티기에 들어간 구시장 상인에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민간 기업처럼 무작정 폐쇄를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은 1970년대부터 수산시장을 운영하면서 자발적으로 나간 상인 외에는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며 "신시장에 들어오라고 끊임 없이 권유했는데 생존권을 운운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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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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