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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獨서 멸종 위기였던 늑대… 군대가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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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멸종 위기에 몰렸던 늑대가 군대 덕분에 이전 수준의 개체수를 회복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 보호 지역이나 일반 거주 지역보다 사람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군부대가 상대적으로 야생동물의 보호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카 라인하르트 독일 늑대감시연구소 박사는 "2000년대 들어 독일에서 늑대 개체수는 매년 36%씩 늘고 있는데 상당수가 군사 훈련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보존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조선비즈

독일 뮌스터시 근처의 군사훈련장에서 새끼 늑대 한 마리가 탱크와 마주쳤다. 최근 연구에서 독일의 군사훈련 지역이 늑대 개체 수 증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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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밀렵으로 인해 이미 100년 전 독일에서 사실상 멸종했다. 독일 정부는 늑대 복원을 위해 1990년대 초부터 폴란드 서부 삼림 지대의 늑대를 독일 동부 지역에 들여왔다. 이후 늑대 개체수가 크게 증가해 최근 농가에서 가축 피해를 호소할 정도가 됐다.

연구진은 지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늑대가 늘어난 독일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늑대가 특정 지역에 정착해 충분히 무리를 이룰 때까지는 대부분 자연 보호 구역보다 군사 훈련 지역을 서식지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보호 구역에서는 사슴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이 자신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늑대까지 쏴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총기류 사용이 금지된 군사 훈련지에서는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매년 밀렵으로 죽은 늑대의 수가 자연 보호 지역과 일반 지역에서 각각 6마리였던 반면 군사 지역에서는 '제로(0)'였다"고 설명했다.

군부대가 상대적으로 늑대의 활동을 방해하는 도로와 주거 시설과 멀다는 점도 늑대 번식을 늘린 요인으로 분석됐다. 늑대 한 마리의 최대 활동 거리의 경우 군사 지역은 128㎞인 반면 자연 보호 지역은 64㎞, 일반 지역은 38㎞에 불과했다. 또 군사 지역에서는 초기에 형성된 서식지 21개 중 13개(62%)가 10년 이상 유지된 반면, 자연 보호 지역에서는 14%만이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라인하르트 박사는 "군사 지역과 자연 보호 지역의 서식 환경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인간에 의한 늑대 사망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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