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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Tech & BIZ] 버려지는 熱 재활용해 두 번 가열하는 보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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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보일러의 최대 골칫거리는 '가스비'다. 30평대 아파트에서 아끼지 않고 보일러를 틀다 보면 한 달에 20만~30만원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가스비를 아끼고 미세 먼지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환경 보일러의 대표 제품인 '콘덴싱(응축) 보일러'는 난방수를 데우면서 배출되는 열(熱)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가스비를 아낀다. 에너지 사용량이 일반 보일러의 70% 수준이다. 미세 먼지 주 성분인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일반 보일러의 20~30% 정도다.

1980년대 초반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됐고 국내에는 1988년 경동나비엔이 아시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귀뚜라미도 콘덴싱 보일러를 내놨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두 업체가 양강(兩强)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높고, 질소산화물 배출도 80% 낮아

콘덴싱 보일러와 일반 보일러의 차이점은 난방수를 데우는 버너의 위치다. 일반 보일러는 이 버너가 보일러 아래에 달려 있다. 여기서 발생한 열기(熱氣)가 열교환기를 지나는 냉수를 온수로 데우고 섭씨 120도의 배기가스는 외부로 배출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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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콘덴싱 보일러는 버너가 보일러 위쪽에 달려 있다. 똑같이 난방수를 데우지만 콘덴싱은 고온(高溫)의 배기가스가 곧바로 배출되지 않고 보일러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120도의 가스는 '잠열(潛熱·숨은 열) 열교환기'를 지나는 냉수를 다시 한 번 미지근하게 만든 뒤 45도 안팎으로 낮아진 상태로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낮춰진 온도만큼 에너지 효율이 올라간 셈이다. 일반 보일러의 에너지 효율 등급이 통상 4등급인 반면 콘덴싱 보일러는 1등급인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한 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 대비 최대 28.4%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며 "가정당 연간 20만원 정도의 가스비를 아낄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고온의 배기가스에 담긴 열을 최대한 뺏는 것도 기술력이다. 콘덴싱 보일러의 배기가스에 남아 있던 수증기는 차가운 열교환기를 지나며 열을 배출해 물로 변한다. 열을 배출하면 온도가 낮아져 수증기(기체)가 물(액체)로 또 얼음(고체)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일러 하단의 잠열 열교환기는 이 과정에서 배출된 열을 흡수해 물을 미지근하게 데운다. 열교환기 표면에 맺힌 응축수는 밖으로 배출된다.

에너지 사용이 줄어든 만큼 환경오염 물질 배출도 적다. 미세 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뿐만 아니라 온실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보일러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환경규제가 많은 유럽에서는 콘덴싱 보일러의 보급률이 90%가 넘는다. 국가 주도로 콘덴싱 보일러 장착을 지원하거나 의무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콘덴싱 보일러 보급률은 20% 수준이다. 서울시도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친환경 가정용 보일러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 1만6400여 대의 일반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했다.

◇사물인터넷과 결합, 원격 제어 가능한 콘덴싱 보일러 등장

최근 콘덴싱 보일러의 기술 트렌드는 정온(定溫) 유지와 원격 제어다. 현재 일부 신제품 보일러에는 외부 온도가 큰 폭으로 변해도 집안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 일반 보일러는 집의 바닥면을 데우는 물 온도만 제어하지만 이 제품은 보다 정밀하게 난방 과정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경동나비엔이 자사 제품에 적용한 듀얼 센싱(dual sensing) 제어 기술은 바닥 난방을 한 뒤 식은 물의 온도를 바탕으로 계절 변화, 단열차로 인한 열손실을 읽어내 다시 난방에 반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에 같은 설정 온도를 맞춰 놔도 집집마다 온도가 제각각이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정교한 온도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편의성도 향상됐다. 현재 신제품 보일러 대부분은 외부에서도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해 "보일러 온도 올려"와 같은 음성 명령으로 각 방의 온도를 세세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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