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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국생활 12년차, 경기 안풀리면 매운맛 확 당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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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첫 1만득점 돌파, 프로농구 SK 애런 헤인즈

팀 최고참이지만 철저한 몸관리… 올 시즌 매 경기 평균 24.5득점

어느새 한국 생활 12년 차. 이젠 한국 음식으로 '혼밥(혼자 먹는 밥)' 하는 경지까지 올랐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다 보니 경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날엔 왠지 매운 음식이 끌려요. 동료들과 야식으로 매운맛 치킨 배달 시켜 먹는 것도 쏠쏠한 재미예요."

조선일보

“매운맛 양념 치킨에 푹 빠졌어요” - 서울 SK의 애런 헤인즈가 최근 용인 SK나이츠체육관에서 매운맛 양념 치킨을 먹는 모습. 외국인 선수 최초로 KBL 통산 1만점을 넘어선 헤인즈는 “경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은 날엔 매운 한국 음식이 더욱 끌린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남자프로농구(KBL) 서울 SK의 애런 헤인즈(38·미국)는 훈련이 없는 휴일엔 가끔 혼자서 백반집이나 분식집을 찾는다. 한국 음식은 낯선 타국 땅에서 그를 달래주는 솔 푸드다. 그의 단골 메뉴는 칼칼한 된장국,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라면, 그리고 매운맛 양념 치킨이다. 헤인즈는 늘 주인장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이모, 고추장도 주세요"라고 말한다.

한국어는 여전히 서툴지만 음식 주문만큼은 한국어로 또렷하게 말한다. 빨간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먹는 모습도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있을 줄 상상도 못했죠. 20대 중후반에 왔는데 벌써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요. 최준용은 저 보고 삼촌이라고 놀려요."

헤인즈는 국내 농구 무대에서 '외인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2008~2009 시즌 대체선수로 국내 코트를 밟은 이후 11시즌 동안 삼성, 모비스, LG, SK, 오리온 등 다섯 팀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487경기를 뛰었다. 그보다 더 오랫동안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는 없다. 단순히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만 한 게 아니다. 그는 지난 9일 외국인 선수 최초로 KBL 통산 1만점(20일 기준 1만168점)을 넘어섰다. 국내 선수를 포함하면 역대 네 번째다. 정규 리그 1만 득점은 지금까지 서장훈(1만3231점), 김주성(1만288점), 추승균(1만19점·이상 은퇴) 등 국내 선수 세 명만 달성했다. 외국인 선수 통산 리바운드(4097개), 스틸(574개), 어시스트(1600개) 1위가 모두 헤인즈이다. 그는 2010년과 2016년엔 각각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 소속으로 우승 축배를 들었다.

"올해 보면 솔직히 나보다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 무대에 적응해 자기 능력을 100% 발휘하는 건 또 다른 문제죠. 몸을 부딪쳐가며 쌓아온 경험만큼은 제가 여전히 일등이라고 자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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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헤인즈의 롱런 비결은 철저한 몸 관리다. 현재 팀내 최고참이지만 체력만큼은 젊은 선수 못지않다. 그는 올 시즌 매 경기 평균 34분26초를 뛰며 평균 24.5점(득점 전체 5위)을 기록 중이다. 헤인즈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비시즌마다 매일 요가를 빠짐없이 한다. 유연성, 근력을 키워 부상 방지에 효과적이다. 또 휴가 중에도 미국에 있는 집 근처 해변가 등에서 매일 러닝을 한다. SK 문경은 감독도 헤인즈의 철저한 자기 관리를 칭찬하곤 한다. 작전타임 때 무조건 애런만 찾는다 해서 별명이 '문애런'인 문 감독은 훈련 시간엔 헤인즈를 '문애런'이라고 부르며 놀리곤 한다.

헤인즈에게도 지우고 싶은 오점(汚點)이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KCC전에서 상대팀 김민구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어깨와 팔꿈치로 가격했다. 2경기 출전 정지에 500만원 징계를 받았다. 그는 "나를 싫어하는 팬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큰 부상 없이 40세까지 뛰는 것이다. 헤인즈는 "그러다 보면 김주성 득점 기록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주성은 내가 존경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남은 경기는 9게임. 김주성 기록까지는 단 120점 남았다.




[용인=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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