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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제23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中原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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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양딩신 七단 / 黑 신민준 九단

조선일보

〈제13보〉(151~161)=바둑은 시간적으론 초·중·종반, 공간적으론 귀·변·중앙으로 구분된다. 초반은 경우의 수가 방대하고 추상적 영역이어서 가장 어려운 분야였는데 인공지능(AI)이 인간들의 궁금증을 상당 부분 덜어줬다. 하지만 인간이 AI에 확실히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은 초반 귀에서의 정석뿐이다. 중반 이후 광대한 우주에서 펼쳐지는 중앙전 매뉴얼은 없다. '진짜 강자는 중원서 승부를 낸다(高者在腹)'는 옛말 그대로다.

열세의 신민준이 오늘 보(譜)에서 눈부신 중앙 전투력을 보여준다. 151, 153은 끝내기를 겸해 뭔가 중앙 백의 약점을 노리는 수. 백도 이를 감지하고 154로 흑의 진로를 막아선다. 이렇게 보강해 중원엔 별맛이 없어 보였는데, 그 순간 적진 깊숙이 155가 떨어졌다. 검토 기사들을 감탄시킨 절묘한 맥점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백이 발끈해 1로 받으면 8까지 사석 전법으로 하중앙에 흑의 대궐이 들어선다. 결국 156의 후퇴를 얻어낸 뒤 157에 붙여 탈출해 중앙 백진을 크게 깼다. 158로 막았을 때 159가 또 날카로운 추궁. 그래 놓고 161로 늘면서 '가' '나' 등의 맛을 노린다. 흑의 눈부신 '중원 쇼'에 양딩신도 당황한 듯 바로 응수하지 못한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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