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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빅3 무너지는 조선업] "80년대 일본 '조선합리화'처럼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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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문가 진단

산업은행, 20년 관리 부담 털고 민영화 성공

현대중공업, 대우에 뒤졌던 LNG선박시장 독과점 가능

당장은 아니지만 구조조정 맞이할 노동자, 대우 납품업체들 피해

빅3에서 '1강 1중'...일본의 조선합리화 정책처럼 실패할까 우려

현대중공업은 대형선박, 대우조선은 LNG로 특화해야

WTO와 EU에서 제동걸 경우 인수합병 지지부진할 수도

시사포커스경남팀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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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박영호 교수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김효영>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조선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봅니다.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박영호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영호 교수> 네 안녕하세요?

◇김효영> 혹시 전문가들은 예상을 했던 일입니까?

◆박영호 교수> 아닙니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최근에 조선쪽 사람들은 LNG 캐리어발 조선업황 개선 소식으로, 10년에 가까운 조선산업의 불황이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소식에 많이 놀랐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올게 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산업은행이 1999년부터 20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도 그렇고 대우조선해양을 처리하는 타이밍이라 생각하지 않았나 이해됐습니다.

◇김효영> 산업은행이 처리하려는 이유는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던 자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한걸로 보십니까?

◆박영호 교수> 예 그런 측면도 있고. 사실 기업이라는게 주인이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은행이 기업의 주인이라는 것은 결국은 그 기업 본연의 경영을 할 수 없고, 이익관련 측면에서만 관리 가능하니까, 기업이 먼 미래를 보고서 투자하기에는 은행이 주인인건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기업 스스로 자체의 전문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은 기업 자체가 스스로 경영하는게 가장 좋다 보니까 언제라도 항상 민영화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조선쪽 업황 자체가 10년가까이 불황이었다가 최근에 LNG선박을 싹쓸이 하면서, 민영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효영> 그러면 은행이 조선소의 주인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잘한 결정입니까?

◆박영호 교수> 그 측면만 보면 잘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김효영> 그러면 현대중공업은 어떤 득과 실이 있을까요?

◆박영호 교수> 득이라고 보면, LNG쪽에 대한 기술이 현대중공업보다 대우조선이 앞선다고 봅니다. 현재 조선업황이 바닥을 쳤다고 보는 추세도 선박발주가 LNG에 집중 돼 있거든요. 대형선박과 LNG에 집중 돼 있어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그쪽에 집중을.. 꽤 오랫동안 LNG가 지속될 거거든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가장 기술도 있고, 경쟁자이기도 한 대우조선해양을 품는다면 이쪽 시장을 거의 독과점 할 수 있는, 그런 득이 될 수 있구요.
실이라고 한다면 지금 현재 현대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에는 또 다른 투자를 해야 하다 보니까 그런 부담, 신용도도 떨어질 수 있고. 업황이 바닥인 상태에서 자기 몸집과 비등한 기업을 인수 한것에 대해 자금적 부담이 있을겁니다.

◇김효영> 그런 부담이 있지만, 잃는 것보다 득이 더 크다고 보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입니까?

◆박영호 교수> 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계 세계최대인데, 이쪽 시장을 가장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남들이 무리라고 보는 것들을 단행하는 것 보면 실보단 득이 크기 때문에 결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효영> 지금 말씀하신거 정리하면, 산업은행이나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딜입니다. 그러면, 실이 더 많은 쪽은 어디일까요?

◆박영호 교수> 네. 산업은행은 민영화의 타이밍을 찾았구요,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크게 개화될 LNG시장의 독과점을 이룰 수 있는 득을 얻었습니다.
실이 큰 쪽이라면 결국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려면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들을 줄이고, 두 합병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대우조선의 기술을 자신의 기술로 가질 수 있고, 서로 중복 되는 부분들을 한쪽에 또는 두 회사에 하나만 둠으로써 효율화시킨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 많은 이득이 되겠죠. 하지만 없어지는 것들에 대해 실일수도 있습니다.

◇김효영> 역시 조직이 슬림화되면서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대우와 현대 노조도 그걸 가장 걱정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대우조선에 그동안 납품을 해왔던 업체들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과거 두산엔진 같은 경우에, 지금은 HSD엔진으로 바뀌었습니다만.
대우조선 전체선박물량의 상당수를 납품해왔잖아요. 그런데 인수 합병 소식이 들어오자 마자 이 회사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이런 피해도 예상되죠.

◆박영호 교수> 맞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엔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하고 삼성중공업은 엔진을 공급받는 입장이거든요. 그런것에 대한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김효영> 산업은행장은 '이건 매각이지 인수 합병이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동등한, 독립된 계열사로써 존재할 것'이라고 얘기했거든요?

◆박영호 교수> 맞습니다. 지금 현재 방식자체는, 그렇게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조선 지주회사를 하나 두고, 거기에 자회사로 이끌어가는 형식인데, 저도 당장 우려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면, 두 업체가 엄청난 적자 이후에 살아남으려고 엄청난 구조조정을 했잖아요.

◇김효영> 이미 내 보낼 사람 다 내 보냈죠.

◆박영호 교수> 네 맞습니다. 새로 업황이 회복됐을 때, 배를 지을 사람들이 있느냐는 우려를 할 정도로 많이 줄었기 때문에 빨리 업황이 좋아지는걸 바라보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할 의지를 가진것에 대해서는 당장 인수합병 시너지를 위한 설비감축이라던지, 인력감축 이런것들이 단기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그런 발언을 한 것 같아요.

◇김효영>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조직슬림화와 구조조정은 일어 날 것이다?

◆박영호 교수> 네. 일반적으로 합병시너지가 그런 식으로 나타나긴 합니다.

◇김효영>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니, 산업은행의 결정은 정부의 조선산업정책과도 연계지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빅 3'에서 '1강 1중'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우리나라 조선경쟁력 차원에서는 도움이 되느냐의 문젭니다. 어떻습니까?

◆박영호 교수> 지난 10년동안 조선업황이 안 좋아졌을 때 나온 말 중 하나가 '우리나라가 빅3체제가 맞느냐'입니다.

그런 우려가 나왔던 이유가, 우리 조선업이 잘나갔을 때 빅 3가 워낙 경쟁사다 보니까, 서로 제 살 깍기식 경쟁을 많이 했습니다. 조선업이 어려웠던 이유가 그것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경쟁을 줄이려고 빅 2체제가 더 낫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최근에 중국에서도 중국최대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 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인 CSIC가 합병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주정부가 승인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합병절차가 진행되고는 있는데요, 조선업황이 장기적으로 불황이 왔고, 해운회사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는데 조선산업에도 이런 흐름이 발생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김효영> 그런 흐름은 알겠는데,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이번 인수합병이 조선업 경쟁력확보를 위해서 긍정적이라고 보십니까?

◆박영호 교수> 그 부분은 장단이 있을 것 같아요. 장점은 아까 말씀드린대로 우리가 과거부터 부정적으로 봤었던 심한 경쟁들, 그런 것들은 주도권이 현대중공업쪽에 넘어가기 때문에, 그러한 경쟁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은 있는데요.

단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은 약간의 시너지를 위한 설비 축소, 인력 축소. 결국 조선인력이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줄어드는 방향이거든요.
과거의 1980년대 일본의 조선합리화 정책 때, 통폐합을 함으로써 설비축소와 인력감소로 이루어져서, 또 다른 업황 상승기에 완전히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넘겨주는 우를 범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우려되죠.
결국은 항상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기 때문에 그런것들을 면밀히 따져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김효영> 일본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걱정.
또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독과점 문제입니다. 세계시장에서 독과점 문제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더라구요.

◆박영호 교수> 네 맞습니다. 사실 합병과정이 쉽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합병할 경우에 지금 현재 시장에서 뜨는 업항인 VL 초대형 탱커와 LNG부분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이 50퍼센트를 넘습니다. WTO나 EU에서 독과점 문제를 제기해서 합병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또 선주 등 반대가 있어서 합병자체를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구요, 이런 것들이 걸림돌이 된다면 계속 지지부진 흘러갈 가능성도 전혀 없진 않습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또 하나 논란이 되는게 특혜의혹입니다. 헐값에 파는 것 아니냐. 매각 대금은 어느정도인지 나왔습니까?

◆박영호 교수> 이번에 인수하는 방식을 말씀드리면요, 현대중공업이 조선통합법인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산업은행이 그 지분을 받는 형식 이거든요. 그래서 산업은행은 상장예정법인 지분의 7%와 1조 2천억치를 받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방어논리를 산업은행은 펼칠 수 있을건데요. 매각 자금이 아니라 주식을 받기 때문에 차후 합동법인이 기업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간다면 산업은행의 보유지분도 올라가게 돼 있어서 단순히 헐값매입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민영화를 시도했다는게 오히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매각 방식을 보면요.

◇김효영> 또 하나,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와 경남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박영호 교수> 네, 가장 우려하는 시각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현재 우려하는 시각 자체는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러냐면, 결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야드는 거제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옥포조선소가 그대로 운영되는 이상, 물류비용등을 고려하면, 현재 야드 근처에 하청업체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업체의 수익을 위해서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조선업황이 꺽여서 다시 불황으로 간다면, 그때는 어느 한쪽 하청업체들이 급격히 축소 될수 있죠. 그거는 경남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네요.

◇김효영> 계속해서 조선업항이 좋아지면 걱정 할건 없지만, 다시 꺽인다면 그 피해는 울산이 아닌 경남이 볼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네요.

◆박영호 교수> 네, 피해는 같이 보겠지만 경남이 조금 더..

◇김효영> 그렇군요. 벌써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요?

◆박영호 교수> 친환경 선박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인 수요증대가 예상되구요, 중국은 현재 고부가 가치 선박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이라, 치킨게임에서 가장 먼저 불황을 이겨내며 이길 나라는 우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럴수록 초대형 선박과 고부가 가치선, 이런 상품들의 더욱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 같고.

마지막으로 합병을 통한 두 지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일본과 같이 통합기업의 이익 축소는 지양하구요, 각 지역의 특정선종을 특화시켜서, 예를 들면 현대중공업에는 대형컨테이너와 대형탱커를 건주하고, 대우조선해양에서는 LNG만 하면 두 지역의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 우려들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일본처럼 되서는 안된다는 말씀으로 요약하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박영호 교수> 네 감사합니다.

◇김효영> 지금까지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박영호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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