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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양승태 “재판 관여 권한없다”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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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청구…직권남용 공개적 반박

곧 법정에 서게 될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장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있는지를 놓고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20일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보석허가 청구서를 보면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은 그 자체로 범죄 성립에 의문이 있고, 사실관계나 법률적으로 다퉈야 할 문제가 매우 많다”고 기재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 단계에서 혐의를 부인한 사실은 알려졌지만, 공개적으로 죄가 안된다며 법리적인 반박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자인 동시에 전원합의체 재판장이 된다. 검찰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대법원장의 ‘재판사무’에 대한 직무 감독권은 ‘재판행정사무’를 의미할 뿐”이라며 “마치 재판 자체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통해 일선 판사 동향 파악이나 재판 선고 전망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것도 형법상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게 맞더라도, 이것은 법률적으로 의미가 없는 ‘사실행위’를 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직권남용죄에서 금지하는 ‘법적으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제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또 보고서 내용대로 실행된 사안이 거의 없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변호인단은 “혐의사실 기재 내용에 따르더라도, 권리 행사를 방해받았다는 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했다는 취지와 같은 결론의 재판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적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이밖에 ▷이규진 부장판사 등 관련자 들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전직 대법원장으로 주거가 분명하고 도주 우려가 없는 점 ▷전과가 전혀 없는 점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검찰 기록을 확인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은 형사35부(부장 박남천)에서 심리 중이다. 법원은 이 사건을 중요사건으로 선정하고 ‘적시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 양이 방대하고,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 3~4회 ‘집중심리’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허가한다면 구속 만료 기한에는 쫓기지 않고 장기간 심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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