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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서 돌아온 문희상 의장이 연일 ‘버럭’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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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17일 미국에서 귀국한 뒤 참모진 전화로 호출

지난 18일 국회 ‘주간업무보고‘에선 답답함 호소

“국회가 너무 낯뜨겁다. 국회가 한 게 뭐가 있냐”

19일 원내대표 회동서 고성 뒤 직접 ‘친전‘도 보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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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8일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주간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은 매주 월요일 오전 국회 사무총장 등 사무처 간부들과 회의를 하는데요. 이번엔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이 국회 상황을 언급하며 ‘격정적 토로‘를 했다고 합니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가 “2월 임시국회가 아무래도 열리기 어려울 거 같고, 3월이 돼야 가능할 거 같다”고 보고하자, 문 의장이 강력한 톤으로 ‘멈춰선 국회’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겁니다.



“굉장히 강력한 톤으로 ‘국회가 너무 낯 뜨겁다’고 했다. 여야가 매일 정쟁만 하고, 당연히 해야 하는 회의조차 안 하니까… 촛불로 정권이 바뀌고, 그 뒤 국회가 한 게 뭐가 있느냐면서. 그동안 의장이 협치에 공을 많이 들였다. 5당 대표들과 ‘초월회’도 하고, 5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모임인 ‘이금회’도 만들고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는데, 가만 보니까 된 게 하나도 없지 않냐는. 그래서 화가 난 거 아닌가 추측했다(회의 참석자)”

또 최근 문 의장이 여야 지도부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실감했기 때문에, 완전히 멈춘 국내 국회 상황을 더 갑갑하게 느꼈을 것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입니다. 특히 내년 4월 21대 총선이 예정된 만큼 국회가 개혁입법을 처리할 수 있는 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귀국한 일요일에 참모들을 전화로 호출할 정도로 이 문제에 신경을 썼다 . 국회 주간업무보고에서도 많은 걱정을 했다 . 19일에도 계속 비서진을 불러들이고 하면서… 헌법상 임시국회 소집을 위해서는 대통령 또는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하므로 의장이 직권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가 없다. 의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8000만 민족의 생존이 걸린 회담인데 우리 국회는 뭘 하고 있느냐는 말을 계속했다. 2월, 3월이 국회가 일할 수 있는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있다. 민생입법, 개혁입법 등은 시간이 지체되면 처리하기가 어렵다. 5당 원내대표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호소했는데 19일 비공개 회동에서 자기들 얘기만 하니까 역정을 낸 것이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

국회가 멈추면서 민생입법, 개혁입법 문제뿐 아니라 국회의 ‘인사 처리’ 문제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문 의장은 각각 지난해 12월 차관급인 국회 예산정책처장과 입법조사처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운영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처리도 ‘감감무소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법과 국회입법조사처법에 따라 의장은 두 처장에 대한 임명 동의를 운영위원회의에서 받아야 합니다.

국민이 보다 쉽게 국회에 청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일부 개정안도 운영위에 계류 중입니다. 여기에는 현재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야 청원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 청원제도를 고쳐 ‘청원심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누구든지 단독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서면이나 전자형식으로 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운영위 소위원회는 국회법 개정안 6건을 병합 심사해 전체회의로 넘겼지만, 국회가 파행하면서 운영위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 가동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정쟁만 할 게 아니라 국회가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문 의장이 지난 19일 5당 원내대표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큰소리를 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의장 밖으로 문 의장의 고성이 새어 나왔습니다. “국회에서 뭐 하나 하는 게 있어요? 사법개혁이 됐습니까. 국가기관 개혁이 됐습니까. 그러니까 5.18 (망언과 같은)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게 괜히 생겼습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5.18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예요.”

입법부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국회 공전에 대한 책임감과 답답함이 응축된 표현으로 보입니다.

문 의장은 2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 등에 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자유한국당과, 손 의원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의 ‘이해충돌 여부’까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문 의장이 원내대표들에게 화난 민심이 국회를 향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 있다고 질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지난 19일 문 의장이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서한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회 주변에서는 3차례의 안타까운 분신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절규일 뿐만 아니라 성난 민심이기도 합니다. 제20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연말까지 불과 10개월 남짓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국회가 민생입법,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지리멸렬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국민의 삶과 마음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습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합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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