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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분석] “바퀴수냐” vs “GPS냐” 택시요금 인상으로 불거진 미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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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객 모두 불편하다는 기계식 미터기

차량 바퀴 회전수 측정해 정확한 요금 부과

GPS 통한 앱 미터기는 터널서 오류 날 수도

전문가 “신기술 도입해야 요금 다양화 가능”

기계식 미터기 vs 앱 미터기, 거리 2% 차이


서울 택시요금이 인상되면서 ‘택시 미터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 오전 4시 택시비가 올랐지만 대다수의 택시에선 옛 요금 체계가 입력된 미터기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추가 요금은 조견표에 따라 받고 있다. 현행 미터기는 기계식이어서 요금 체계가 달라지면 택시에서 떼어 내 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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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로운 요금 체계로 수리를 마친 기계식 미터기가 택시에 설치됐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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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따르면 19일까지 7000대가량의 택시가 미터기 수리를 완료한 상태다. 이달 말까지 나머지 6만5000대가 고쳐진다.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요금 부과 방식이 ‘앱 미터기’다. 앱 미터기는 조정된 요금 체계를 자동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미터기를 지금처럼 떼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일반 택시에 도입을 목표로 한 ‘앱 미터기’ 기술을 개발해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기술 등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해부터 이미 이 기술을 장애인 택시 10여 대에 시범 설치했다. 택시 한 대에 기계식 미터기와 앱 미터기를 함께 설치해 거리 계산에 차이가 나는지 분석했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기계식 미터기와 앱 미터기 간에 거리 계산 차이가 2%정도로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 부과 차이는 2%보다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일반 택시에 시범 도입해도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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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한 미터기 작업자가 미터기에 새 요금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수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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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 같은 앱 미터기가 도입되면 택시 요금 체계가 다양화될 것으로 본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앱 미터기를 사용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낮엔 요금을 깎아주고, 승차난이 심한 밤엔 요금을 더 받는 식으로 탄력 요금제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승차난 해소 등 택시 서비스질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미국·일본서도 기계식 미터기 사용”


관건은 거리 요금이 얼마나 정확히 부과되는지 여부다. 기계식 미터기는 바퀴 회전수를 세어 거리 요금을 계산한다. 하지만 앱 미터기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기반으로 거리 요금을 계산한다. 이 때문에 음영(陰影)지역이나 터널 안에선 위치가 정확히 잡히지 않아 거리 측정이 잘못 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일본·미국 같은 교통 선진국의 일반 택시들도 기계식 미터기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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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택시 기사들이 차량을 주차하고 미터기 수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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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미터기는 우버나 카카오 블랙택시처럼 호출 전용이면서 요금을 운송사업자가 매기는 택시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이들 택시는 보통 기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위치 정보를 파악한다. 승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요금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자체가 미터기가 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앱 미터기는 택시들에 이미 설치된 한국스마트카드 단말기를 통해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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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수리를 위해 수거된 미터기들이 바닥에 쌓여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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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앱 미터기는 거리 요금 부과가 정확히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도입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GPS 이외에도 차량의 이동 거리 등을 계산할 수 있는 보완 기술을 함께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거리 오차율은 2%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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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미터기를 사용하는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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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앱 미터기 기술이 완성된다고 해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선 미터기 수리와 검정 등을 규정한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에 따르면 택시 미터기는 국토부 장관의 검정을 받아야 한다. 이 검정의 핵심은 주행 거리·시간에 따라 정해진 요금이 정확히 부과되는지 철저히 검사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앱 미터기 검정 방식과 과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앱 미터기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앱 미터기 검정 방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앱 미터기의 서버를 관리할 중앙 허브 역할은 어느 부처 등에서 맡을지도 정해야 한다.

“보완 기술 적용해 정확한 계산 가능”


또 스마트폰이 없는 승객도 요금을 확인하려면 별도의 미터기를 택시들에 장착해야 한다. 기기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관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기존 미터기 제작 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서울의 미터기 업체 4곳은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터기 업체들의 반대가 극심해 관련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들과 앱 미터기 관계는 택시와 카풀의 관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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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난지천 공원 주차장앞 에서 택시들이 미터기 교체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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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앱 미터기와 같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택시 서비스가 세분화, 맞춤형이 되려면 요금 체계가 다양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앱 미터기와 같은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PS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되면 앱 미터기는 오히려 정교하게 거리 요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식 미터기와 병행 사용하면서 치밀하게 검증하고 보완해 무결점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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