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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6살에 최연소 태극마크…“저 강심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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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2019 (11)장애인탁구 윤지유]

초5때 데뷔 ‘리우패럴림픽국대’

단식 4위·단체 3위로 실력 입증

그 뒤 세계 1·2위 제압 일취월장

“백 스매싱 먹혔을 때 쾌감 최고

도쿄패럴림픽 꼭 금메달 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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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참 예쁘다”고 하자, “원래 아림인데 개명한 것”이라고 했다. “원래 이름도 예쁜데 왜 바꿨느냐”고 되묻자 옆에 있던 어머니 김혜숙(52)씨가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윤지유(19·서울시청)는 이란성 쌍둥이 중 언니로 태어났다. 그런데 생후 28개월이던 어느 날, 날벼락이 떨어졌다. 잘 걷던 아이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뒤 일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갔지만 원인을 몰랐다. 어머니는 “나중에서야 척수 쪽 혈관이 터져 하반신 신경 장애가 온 것을 알았다”며 “왜 아이에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불행이 찾아오나 싶어서 이름까지 바꿨다”고 했다.

휠체어에 의지하던 지유가 어느 날 어머니에게 느닷없이 탁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윤지유는 “텔레비전 중계를 보다가 녹색 테이블 위에서 하얀 공을 주고받는 모습이 박진감 넘치고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윤지유는 “동네 탁구장은 휠체어 타고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좀 맘에 든다 싶은 곳은 터무니없는 레슨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어렵사리 라켓을 잡은 윤지유는 실력이 부쩍부쩍 늘었다. 상체가 크고 팔이 길어 탁구에 유리했다. 그는 “백 스매싱이 제대로 먹혔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밝게 웃었다.

탁구에 푹 빠진 그가 어느 날 어머니에게 “리우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탁구를 배운지 2년밖에 안된 중1 때였다. 윤지유는 승승장구했다. 또래들은 물론 언니들까지 모조리 꺾자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종목별로 선발한 유망주에 발탁됐다. 리우패럴림픽을 앞두고 열린 벨기에오픈, 코파코스타리카오픈, 슬로바키아오픈 여자단식에서 잇따라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2016 리우패럴림픽을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장애인탁구 사상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16살 어린 나이에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 무대였지만 윤지유는 “하나도 안 떨렸다. 내 장점이 강한 멘털”이라며 웃었다. 그는 여자단식에서 4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도 3위까지 치솟았다. 리우패럴림픽 이후에는 세계 1, 2위를 모두 이겼다. 2020년 도쿄패럴림픽 금메달이 기대되는 이유다. 여자탁구 패럴림픽 금메달은 아직 없다.

윤지유를 지도하고 있는 서울시청 박재형 감독은 “지유는 눈빛부터 다른 선수”라며 그의 승부욕을 칭찬했다. 리우패럴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박 감독은 “탁구 감각이 뛰어나고 이해력이 빠르다. 경기 중 벤치와 선수 간 호흡도 잘 맞는다”고 전했다. 다만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에 빠질 때가 간혹 있다”고 했다.

윤지유는 또래들처럼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지 않는다. 주말에 틈나면 아빠와 영화를 보거나, 자신이 돌보는 셰퍼드 세 마리와 어울린다. 그는 오는 3월 한국체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입학한다. 리우패럴림픽 합숙훈련 때문에 고등학교 정규과정 입학을 포기했지만 이후 검정고시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 얻은 값진 결과다. 어머니는 “지유가 마음 먹은 일은 꼭 실천한다”며 대견해 했다. 윤지유는 내년 도쿄에서 만날 상대 선수 분석에 여념이 없다. 그는 유난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휠체어를 탁구대쪽으로 굴렸다.

글·사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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