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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儒學 전공자도 AI 활용 능력 갖추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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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미래를 말한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IT 전공한 연구원 출신 총장

"영어 강의 듣고 어학연수 갔다 온다고 미국 아마존이나 존슨앤존슨에 취업 될까요? 이제 영어뿐 아니라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신동렬(63) 성균관대 총장은 지난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소프트웨어(SW), 특히 AI 활용 능력을 반드시 갖추고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대학이 소프트웨어 능력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수천만원의 등록금과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취업 안 되는 제자를 배출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신동렬 총장은 "기술 급변과 저출산 등으로 5~10년 후엔 대학 상당수가 없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대학이 사회 수요에 맞게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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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장은 IT(정보·통신)를 전공했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대우중공업 기술연구소, 삼성데이터시스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성균관대 공과대 교수로 부임해 정보통신대학원장, 성균융합원장 등을 거쳐 지난 1월 총장에 취임했다.

신 총장은 앞으로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성균관대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미 성균관대는 3년 전부터 모든 학생이 '문제해결·알고리즘' '컴퓨팅 사고·SW 코딩' 두 과목을 필수 교양으로 듣고 있다. 앞으론 모든 전공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관련 내용을 넣고 교수들이 강의할 때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게 신 총장 계획이다.

신 총장은 "IT를 활용하면 교육 내용과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 IT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특정 수학 공식을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학생들 흥미도 이끌 수 있다. 그는 "유학(儒學)과에서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대학에 정도전 관련 고서적이 166권 있습니다. 그 내용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분석하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죠. 또 자기가 연구한 내용을 전자책(e-book)으로 발간할 때 하이퍼링크를 직접 삽입할 수도 있고요. 인문계 학생도 데이터 과학 등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면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전공 수업에 외국 대학들이 올린 '무크'(MOOC·온라인 공개 수업)를 활용하는 방안도 3월 신학기부터 시범 도입한다. 학생들은 수업 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올려놓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 강의 시간엔 성균관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궁금했던 점을 알려주고 학생들끼리 토론·협력 수업하는 걸 돕는 방식이다. 이제까진 교수 본인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찍어 학생들에게 미리 보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공 수업에 외국 대학의 무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신 총장은 "이젠 학생들이 온라인에 자기 대학 교수 수업보다 훌륭한 강의가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다. 교수들이 자존심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고 했다. 교수들이 사회적 수요에 따라 교육 방식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성균관대는 인문계와 이공계 학생 정원이 절반씩이다. 그런데 시장 수요는 이공계 쪽에 치우쳐 있다. 신 총장은 "인문계 정원을 줄이는 것은 구성원들 합의가 필요한 문제로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에 앞서 인문계 학생들이 융합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융합 전공'을 많이 개설하겠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학과와 별개로 '데이터사이언스' '인포매틱스' '컬처앤테크놀로지' '자기설계' 등 4개 융합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 전공과 별개로 융합 전공을 선택해 듣고, 원하면 자기 학과가 아닌 융합 전공 소속으로 졸업할 수 있다. 신 총장은 "앞으로 AI 등 소프트웨어를 교육과정이나 방식에 접목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교수 평가에도 이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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