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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 카드사-대형가맹점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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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수료 인하효과 연 8천억" 카드사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 불가피" 대형가맹점 "시장원리 어긋나 협조 어렵다" [비즈니스워치] 강현창 기자 khc@bizwatch.co.kr

금융당국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효과가 연 8000억원에 달한다는 정책효과를 발표한 19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카드사들은 중소형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대신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려야 한다며 행동에 나섰고 대형가맹점은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조정에 대해 "수익자부담 원칙을 실현하고 카드수수료 역진성 해소 차원의 제도개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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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은 "잘했다"…대형가맹점은 "협조 안 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카드수수료 개편 결과 연매출액 30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은 연간 5700억원, 연매출액 30억원 초과 일반가맹점은 연간 2100억원 상당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연매출액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은 마케팅비용 산정방식 개편 등으로 카드수수료에 반영되는 적격비용이 일부 인상됐다.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개편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 인상을 두고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에 0.2% 포인트 수준의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중소형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율 적자가 불 보듯 뻔해지면서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에 대한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라고 하면서 실제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적격비용이 올랐다.

대형가맹점들은 협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가맹점에 속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카드수수료율에 손을 대면서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카드사의 손실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을 용인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유통사 관계자도 "카드사의 입장도 이해가지만 우리가 협조할 이유는 없다"며 "기존 수수료율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싸움에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사이의 계약은 자기 의사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적격비용에 따라 양측이 수수료 논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 카드사 "시장원리 무시…피해는 우리 몫"

대형가맹점들은 수익자부담 원칙은 공공사업이나 과세에 적용되는 원칙이지, 시장경제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익자부담 원칙이란 어떤 공공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 사업에 의해 이익을 받는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이동통신용 주파수 개발사업을 펼친다면 그에 들어가는 비용은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카드사들도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수익자부담 원칙을 내세운다고 해도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사이의 계약은 시장원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사의 입장이다.

당국은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모든 가맹점에 공통으로 배분하면서도 혜택은 대형가맹점에 집중되고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은 이러한 현상은 수익자부담 원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제각각 가진 협상력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자부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긴 힘들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정육시장에서 중간유통업자가 정기적으로 고기를 사갈때 책정되는 고기 가격과 하루 저녁 한 끼를 먹으려고 오는 개인 손님에게 책정되는 고기 가격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같은 고기지만 각각이 가진 협상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손님이 "같은 고기니 나도 도매가격에 달라"고 주장할 수 없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강요할 수는 없다. 대형가맹점은 카드사 입장에서 중소형 가맹점에 비해 막대한 매출기여도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협상력이 높다보니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리고 싶어도 따르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과거 카드사는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을 두고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가 상처만 남긴 적이 있다. 지난 2004년 비씨카드와 이마트 사이의 수수료 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비씨카드가 이마트에 적용하던 가맹점수수료 1.5%를 2.2% 수준으로 0.5%포인트 인상하려 하자, 이마트가 비씨카드의 결제를 거부했다. 결제거부는 무려 7개월 가량 지속됐으며 결국 기본평균수수료 1.75%로 협상을 봤다.

이번에는 판 자체가 다르다. 당시는 카드사 1곳과 대형가맹점 1곳의 갈등이었지만, 이번에 수수료율 인상 대상이 되는 대형가맹점은 2만3000곳에 달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는 실제 협상을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의 싸움만 부추겼다"며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통보는 했지만 그대로 따라줄 곳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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