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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MT리포트]韓 웹사이트 차단, 구시대 유물? 사이버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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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임지수 기자] [편집자주] 정부가 도박·몰카 등 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신기술이 뜨거운 감자다. HTTPS(보안접속) 방식을 적용했더라도 외부에서 불법 유해 사이트인지 확인할 수 있는 SNI( 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이 그것이다. 논란 초기 “정부가 이제 이용자들의 데이터 패킷까지 감청하려 한다”며 반발했던 인터넷 이용자들은 “감청과는 무관한 기술”이라는 정부 해명에 “앞으로도 여러 신기술을 덧대가며 인터넷 접속 자유를 통제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논란이 논란을 부르는 형국이다. 기술 이슈를 넘어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국가 주도의 사이버 통제 정책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HTTPS 유해 사이트 차단 논란을 다양한 각도에서 짚어봤다.

[https 정치사회학 ②]웹사이트 차단 정책 찬반론 팽팽…존패 여부는 "사회적 합의 따라야"

머니투데이


“인터넷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자유를 허(許)하라. 정부 자의적 잣대로 불법 유해 사이트를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국내와 달리 해외 사이트는 신속한 구제가 불가능하다. 가족과 친구의 몰카 영상이 해외 사이트에 올려져 있다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HTTPS(보안접속) 차단 기술 도입 논란을 계기로 웹사이트 차단 위주의 정부 사이버 통제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관이 특정 웹사이트들을 유해물로 지정해 일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정책은 이미 사라 졌어야할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스마트폰 대중화로 불법 도박, 아동포르노, 도찰(불법촬영물)·몰카(몰래촬영물)·마약 사이트 등 유해 콘텐츠에 누구나 손쉽게 노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무런 접속 제한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더 큰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웹사이트 차단정책은 구시대적 유물=웹사이트 차단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진영에선 국가·지역을 떠나 어디서든 자유롭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블랙리스트 정보차단 정책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가 불법 웹사이트들을 집중 단속하자 서버 운영자들이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로 서버를 대부분 옮겼고, 해외 IP(인터넷주소) 주소를 차단하자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유포경로를 통해 단속을 피해왔다. HTTPS 차단 기술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VPN(가상사설망)등 우회경로가 인터넷 카페에 공유되고 있다. 불법 저작물도 마찬가지다. 해외 동업자를 통해 영화·웹툰 등 불법 사이트에 업로드된 저작물을 퍼서 언제든 쉽게 이를 국내로 퍼 나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여러 이유를 명분으로 사이버 통제를 강화하려는 국가 권력의 속성이다. HTTPS 차단 기술은 지난해 ‘몰카 동영상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등장한 신기술. 이를 허용할 경우 더욱 강화된 통제 기술들이 개발되고, 국가권력의 자의적 잣대로 입맛에 맞지 않는 웹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접속자들을 감시할 것이라는 우려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아동 포르노와 같은 불법 영상 유통은 문제가 있지만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국민들의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은 국가주의적인 규제"라며 "무조건 접속을 차단하기 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는 대책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 사이버 사회안전망…폐지? 사회적 합의 우선=반대로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개인정보 남용 행위를 철저히 막고 있는 국내 법·제도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와 웹사이트 차단정책 옹호론자들의 시각이다.

불법 도박·몰카·불법 저작물 등으로 인한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적어도 피해자들에게 웹사이트 차단 정책은 최소한의 구제장치로 작용해왔다는 게 이들의 반론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웹사이트를 닫거나 서버 운영자를 검거하는 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며 “한시가 급한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감안하면 웹사이트 차단은 그나마 신속한 구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권력이 자의적 잣대로 불법 유해 사이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불법 유해 사이트 지정을 정부기관이 아닌 시민단체 등 민간 독자기구(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맡고 있고 법적으로 이의제기와 구제절차를 두고 있다는 것. 적어도 차단정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웹사이트 차단 정책을 철폐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인터넷 접속의 자유’ 주장보다 무분별한 불법 웹 콘텐츠물로부터 최소한의 차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수라면 정책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는 논리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불법사이트 차단과 피해자 보호라는 ‘공익 추구’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인터넷 규제 수위 적정성’을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 임지수 기자 l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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