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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힘의 대명사, '여포'는 정말로 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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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하고 힘센 이미지와 달리 사서에선 날렵한 '비장'
지역군벌로서 한계를 못 넘고 전략적 실패 속에 끝난 패장


아시아경제

(사진=코에이 '진삼국무쌍7' 여포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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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보통 기운이 넘치고 힘센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여포'라는 말을 쓰곤 한다. 특히 축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 등에서 강한 체력을 선보이며 종횡무진하는 선수를 두고 '리그여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여기서 여포란 중국의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여포로, 천하에서 가장 힘센 장수의 대명사다.


특히 1980~1990년대생들에게 여포란 천하무적의 상징이 됐다. 삼국지와 관련한 각종 게임들에서 무력이 가장 높은 캐릭터가 여포기 때문이다. 여포는 보통 그를 상징하는 무기인 방천화극과 적토마를 기본 옵션으로 가지고 나오는 캐릭터로 일본 코에이(Koei) 사가 만든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800여명에 이르는 등장 무장들 중에 모든 시리즈에서 항상 가장 무력이 강력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는 소설 삼국지연의에서의 여포가 맹장으로 알려진 관우, 장비는 물론 유비까지 가세했던 호로관 전투에서 3명과 호각으로 싸웠다는 내용에 따라 만들어진 이미지다.


소설 삼국지연의가 아닌 실제 중국 동한시대 말기 역사에 등장하는 군벌, 여포(呂布)는 일반적으로 익숙한 천하무적 여포의 이미지와는 꽤 거리가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역사서인 후한서에는 여포가 활쏘기와 기마에 능하고 완력도 우수해 '비장(飛將)'으로 불렸다고 한다. 여기서 비장이란 체격이 건장하고 돌격전에 능한 장수보다는 날렵하고 기마술과 마상 사격에 능한 작고 호리호리한 인물을 묘사하는데 주로 쓰는 말이다. 중국 민간에 전해지는 여포의 모습 역시 건장한 모습이 아니라 호리호리한 인상의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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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국 드라마 '삼국' 장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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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적진에 파상돌진해 한번에 적을 쓰러뜨리는 게임 속 모습 역시 만들어진 캐릭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역사 기록에서 여포는 반동탁연합군이 낙양으로 진격해왔을 때 손견에게 수차 격파돼 도망친 것으로 나오며, 이후 동탁 휘하에서는 군을 직접 통솔했다기보다는 동탁의 개인 호위무사로 오늘날 경호실장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후 동탁을 배신했다가 두달만에 동탁의 잔당들에게 참패해 방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초반에 등장하는 여포는 전투에서 그리 강한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민첩한 장수로 나온다. 조조가 서주를 침공한 틈을 타서 연주를 점거한 일이나, 이후 유비에게 의탁한 뒤, 똑같이 유비가 원술과의 전투로 출병한 사이에 서주를 장악한 일 등은 그가 비장이란 별칭처럼 기회가 닿을 때마다 시일을 끌지 않고 매우 민첩하게 행동하는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조를 비롯해 당대 명사들이 이야기했다는 '인중여포 마중적토(馬中赤兎 人中呂布)'라는 문구 역시 주로 그의 빠른 기동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원소의 객장으로 방랑시절 잠시 장연과의 전투에서 소수 기병대로 다수의 장연군을 무찔렀다는 이야기나 조조와의 수차 전투에서도 그는 이 빠른 기동성을 활용해 국지적인 승리를 여러차례 거둔 것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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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포 초상화(사진=위키피디아)


정작 여포의 대명사로 알려진 일기토은 좀처럼 기록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포 자신의 개인무력이 뛰어났을지 몰라도 이미 일기토라는 것이 춘추전국시대 이후 대부분 사라지고 중국에서는 집단전 형태가 정착됐던 시기라 일기토 기록 자체가 드문 편이다. 오히려 위나라 말기에 조운의 재래라 불리던 장수인 문앙의 경우에는 사서에서도 한번 맞붙어 수백명씩 무찔렀다는 내용이 있지만, 여포는 그러한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실제 역사기록에서 보여지는 여포는 기병대를 기민하게 움직이며 상대의 약점을 제때 파고드는 전술에 능했던 군벌로 묘사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세력을 확장시키는데는 큰 도움이 됐지만, 원칙없이 모든 상대를 대상으로 벌인 국지전으로 인해 그의 세력은 사방이 포위되고, 끝내 패망에 이르게 된다. 지역군벌로서의 한계 속에서 우수한 지휘관, 대장군으로서 가져야할 대국적인 큰 그림을 그리지는 못한 채 끝난 장수로 그려질 뿐인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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