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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영하 70도인데 액체상태···화성 지하호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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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애리조나대 달ㆍ행성 연구소(Lunar and Planetary Laboratory) 연구진이 화성 남극의 지하에 호수가 있다면 이는 화성이 여전히 활성화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유럽우주국(ESA)의 '마스 익스프레스' 탐사위성이 찍은 화성 남의 극관(Ice Cap). [사진 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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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동경 193도, 남위 81도의 남극 지하 1.5㎞ 지점. 이곳은 지난해 7월 지름 20㎞ 규모의 호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지역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실제로 물이 존재한다면, 이는 화성이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하 70℃에 가까운 화성 남극 지하에 얼지 않은 상태의 물이 있으려면 화산 활동으로 발생한 마그마가 지하에서 간접적으로 열을 전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 애리조나대 달·행성연구소가 진행한 이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 최신호에 게재됐다. 지진·화산이 발생하는 등 화성의 지질이 여전히 활성화 상태일 경우 액체 상태의 물이 더 널리 분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음향 레이더로 물 존재 밝혀냈지만...영하 70도에도 액체인 이유 설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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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MARSIS 음향탐사 레이더를 이용해 화성 남극의 극관 아래 액체를 밝혀낸 작업을 재현한 것. 당시 지하 1.5km 아래에 폭 20km의 액체 호수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됐지만 영하 70도의 온도에도 액체인 이유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 [유럽우주국(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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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최근 화성 지하의 레이더 측정 자료가 분석돼 남극 지방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그러나 이 지역에서 왜 얼음이 융해되는지 물리적·지질학적 조건은 아직 측정된 바 없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화성 남극의 ‘남부평원(Planum Australe)’ 1.5㎞ 지점에서 지름 20㎞ 규모의 호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 위성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가 2012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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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익스프레스의 화성 남극 극관 아래 물 탐사 방법. MARSIS는 저주파의 전자기파를 화성 표면을 향해 쏜 뒤 되돌아오는 파장을 분석해 화성 지하의 상태를 추정한다. [그래픽제공=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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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데이터는 탐사 위성에 탑재된 ‘화성 심층부 및 전리층 음향탐사 레이더(MARSIS)’를 이용해 수집한 것으로, 당시 오랫동안 제기됐던 ‘화성에 과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에 해답을 제시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INAF 등 연구진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당시 화성에 과염소산염 등 염분이 많아 물의 어는점이 0도보다 훨씬 낮고, 얼음층의 높은 압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모두 추정이었다. 과염소산염은 구성 성분에 따라 물의 어는점을 -69℃에서 -75℃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분만으로 불충분..."추가적인 열, 마그마굄(Magma Chamber)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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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물 속 염분 구성과 농도 그리고 이에 따른 열 유속(mW/m2) 필요분을 계산한 그래프. 연구진은 염분 농도에 상관없이 화성 남극 지하의 물이 액체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료제공=애리조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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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연구 결과 이 지역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염분 함량과 관계없이 국지적으로 더 많은 열이 필요하다”며 “열 부족분은 지하의 마그마굄(Magma Chamber)이 공급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그마굄은 많은 양의 마그마가 지하에 저수지처럼 고여있는 것을 말한다. 남부평원의 마그마굄 위치는 액체가 있는 지점 아래 10㎞에 위치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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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가장 유리한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최소 72mW/m2의 열 유속(Q)이 필요하고 순수한 물일 경우 약 204mW/m2의 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이를 토대로 지하 10km 지점에 마그마 굄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자료제공=애리조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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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화성 내부 깊은 곳의 마그마가 약 30만년 전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화산 폭발처럼 지표를 부수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지하에 고여있었다”고 주장했다. 지질학적 관점에서 30만년은 긴 세월이 아니며, 수십만 년 전에 화산활동이 있었다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동 연구자인 알리 브람슨 박사는 “오늘날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하에서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었을 것”이라며 “화성에서 마그마 작용이 폭넓게 진행된다면, 지하에서 얼음이 더 광범위하게 녹아 액체 상태 물이 존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의 실제 지진 활동 여부는 지난해 말 지진계와 지열측정 장비를 갖고 화성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의 활동을 통해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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