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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700톤 금광’ 터진 러시아 “미국 제재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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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수호이로그서 사상 최대 규모 금맥

서방 제재로 쪼들리는 러, 외화사정 호전 기대
한국일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수호이로그에서 '사상 최대 규모' 금광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제고 기대에 가득찼다. 사진은 채굴 후 가공된 금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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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황무지 시베리아에서 말 그대로 ‘노다지’가 터졌다. 개발사 측에 따르면 사상 최대 규모 금맥이 발견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측의 제재에 시달리던 러시아 정부는 반색하고 나섰다. 추정량도 어마어마하다. 매장된 금만 1,786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시세로 760억달러(약 85조7,128억원)다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도 당연히 반색하고 나섰다. 서방의 제재로 가뜩이나 쪼들리고 있는 외화사정이 이번 금맥 발견으로 단번에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전 직후 반체제 정치범들의 유형지로 쓰였던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부에서 금광이 발견됐다고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 최대 금 생산 회사인 폴류스가 발표한 것이다. 폴류스는 2018년 광맥 탐사 결과 시베리아 수호이로그 지역서 사상 최대 금맥이 터졌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보안 때문에 광산 전문가들은 추정치에 대해 말하기 꺼려했지만, 수호이로그 지역은 발견되지 않은 금 생산지 중 하나로 이미 꼽혀왔던 상황이다.

폴류스 측은 금광 개발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베트라나 데이스 폴류스 지질학자는 “수호이로그 지역에 한정된 허가 범위를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폴류스는 러시아에 있는 금의 4분의 1 정도가 수호이로그에 매장돼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금광 발견 소식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광산에서 금이 생산돼 쏟아져 나올 경우 미국 제재로 위축된 외화사정이 단번에 개선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이 격화된 2014년 이후 러시아는 중앙은행의 운신 범위를 금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드미트리 툴린 러시아 중앙은행 부행장은 “금의 가격이 오르내리긴 하지만, 정치와 법적 영역에서 금의 가치는 100% 보장된다”며 미국 제재상황에서 금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2017~2018 회계연도에 1,000억달러 규모의 금을 유로, 중국 위안화로 처분한 뒤 긴급한 생필품 수입에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호이로그 지역의 채굴은 2020년대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폴류스 측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귀결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곤두박질 친 루블화의 가치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물론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폴류스 측은 아직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가 ‘블랙리스트’에 연관된 기업들을 제제하는 움직임을 보였을뿐더러, 폴류스의 주식의 대다수는 러시아 재벌 중 하나인 술레이만 케리모프 및 그의 아들 사이드 케리모프가 가지고 있다. 케리모프 일가는 회사 지분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학적ㆍ정치적 문제가 결부돼 있지만 폴류스 측은 향후 35년간 매년 35톤 이상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200억달러(약 22조5,64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의 네 배가량이 회수돼 러시아 정부와 개발 기업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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