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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란 소년 호소 "아빠 추방되면 한국에 저 혼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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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란 난민 소년이 아버지의 난민 인정 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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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던 이란 출신 A군(16)이 아버지 B씨(53)의 난민 지위 인정을 재신청했다. A군은 지난해 같은 중학교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 호소 등에 힘입어 난민으로 인정받아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A군은 난민으로 인정받았지만, B씨는 난민 인정이 안 돼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A군은 19일 양천구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아버지 B씨와 함께 출석해 난민 재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에게 “아버지가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저는 한국에 혼자 남게 된다. 아버지와 같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싶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A군에 따르면 B씨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공항에서 경찰에 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후 경찰에게 맞거나 정부의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A군의 설명이다.

2010년 사업차 한국에 입국한 B씨는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이란은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는 국가로, 개종 등으로 신앙생활을 저버리는 ‘배교(背敎)’를 할 경우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B씨는 2016년 난민신청을 했지만, 한국에서도 기독교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이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냈지만 1, 2심에 연이어 패했다. B씨의 국내 체류 비자는 이달 말이면 만료된다.

B씨의 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는 김광준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약 1년 동안 B씨는 천주교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를 받는 등 까다로운 천주교 신앙생활을 모두 수행했다”면서 “확고한 신앙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첫 신청 때와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A군은 이날 “아버지가 떠나가면 나 혼자 남게 되는데, 나는 아빠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다”라며 “난민에 대한 시각이 안 좋은 경우가 많은데 개종은 거짓으로 할 수가 없다. 군대 안 간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군대 지원해서 갈 거고 세금도 낼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A군은 B씨를 따라 7살에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B씨와 함께 기독교로 개종하고 2016년 난민신청을 냈지만 ‘너무 어려 종교 가치관이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이후 A군은 천주교로 개종했다. 아울러 A군의 사정을 알게 된 같은 학교 친구들이 함께 나섰다. 친구들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군을 난민으로 인정받게 해달라고 글을 올리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의 호소에 힘입어 A군은 지난해 재신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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