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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 공시지가 발표 일주일...땅값 '톱10' 싹쓸이한 명동거리 분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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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16년 연속 명동 땅값 1위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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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공시지가가 올랐다고 당장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점포의 상인들은 임대료 인상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어요." (서울 중구 명동8길 M식당 사장)

19일 찾은 명동거리에서 만난 상인들은 공시지가 급등에 따른 세부담 증가분의 임대료 전가 이야기가 나오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명동10길에서 H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 A씨는 "이 건물만 해도 10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데,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한 사람이 세금이 대폭 오른 상태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하려면 월세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만 상인들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의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 발표에 임대료 인상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이 부분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2년 단위인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까지 말미가 있기 때문이다.

명동8길에서 M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공시지가가 올라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리에게 여파가 오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면서 "경기가 호황일 때는 발표 후 4~5개월이 지나면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경기 호황기에는 건물주 입장에서 임차인이 나가더라도 공실을 걱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은 건물은 장사가 잘 돼 임차인이 임대료 부담을 느껴 나간대도 건물주가 다른 임차인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면서 "세 부담이 커진 건물주가 세입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수순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랜드마크격 한두 개 상가의 임대료가 오르면 나머지 건물들 임대료도 따라 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연구원은 같은 상권에서도 장사가 잘 안 되는 건물의 경우 임대료가 보합 내지는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건물주 입장에서 무턱대고 임대료를 인상하면 새 임차인을 받기 힘들어져 지가 하락이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작년부터 전반적인 상권 임대료가 하향조정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상인들은 그러나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임대료 상향보단 경기침체, 관광객 감소 등이 더욱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명동의 경우 사드배치 여파로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이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상가 공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7%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1.3% 상승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기존 임차인들의 방어막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일정금액 이하인 경우(서울의 경우 9억원 이하) 계약갱신시점이 도래해도 건물주가 월세를 기존의 5% 이상 올릴 수 없게 됐지만,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간 합의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사실상 강제성이 없다.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다수 임차인들은 쉬이 점포를 정리하기 힘들 거란 전망이다. 임차인들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도 인테리어 공사비 등 매몰비용을 생각해 입지를 옮기기보단 제자리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명동은 전국에서 강남권과 함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높다. 서울 강남구가 23.13% 올랐고 명동이 속한 서울 중구는 21.93% 급등했다. 특히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톱(Top) 10'은 모두 서울 중구 명동에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부지는 16년 연속 전국 최고 땅값 자리를 지켰다. 공시지가는 ㎡당 1억8300만원으로 전년(9130만원) 대비 두 배 인상됐다.

올해로 16년째 '땅값 전국 1위'를 기록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의 경우 공시지가 상향 발표 후에도 점포 운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명동월드점이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만큼 입지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월드점은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쇼핑 메카이자 서울의 랜드마크인 명동에 위치해 있어 상징성이 높은 매장"이라면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앞으로도 중단없이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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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늘어난 명동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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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ginajana@ajunews.com

윤지은 ginajan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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