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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불황에 공시가 상승, 임대료 인상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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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인상 우려 아직, 단 임대차 보호법 감시 강화해야...상가 거래는 급랭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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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토교통부가 표준지의 지가를 인상 고시하면서 상가와 토지 등 임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대사업자들은 지가상승에 비례해 세금이 상승하는 만큼 임차인들에게 전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세금 부과 전 임대료를 상승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특정 지역과 개별 건물주에 국한된 현상이란 반응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지가는 평균 13.8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구 별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곳은 강남구 23.13%, 중구 21.93%, 영등포구 19.86% 순이었다.

국토부는 이러한 공시지가 인상이 임대료 전가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권을 일군 상인이 과중한 임대료로 자기 터전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현실화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란 생각이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임대료 전가가 예상되는 상가ㆍ사무실의 부속 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1인 기준 보유 토지의 공시지가 합계가 80억원을 넘을 경우에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받는다. 나대지ㆍ잡종지 등 종합 합산토지는 5억원을 초과할 때 해당 규정이 적용된다. 전체 0.4%에 해당하는 추정 시세 2000만원/㎡의 고가 토지의 변동률만 크게 나타났을 뿐이란 설명이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지난해 서울 전체의 개별 공시지가 평균 변동률은 6.13%였다. 한 해 동안 약 두 배가 올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가장 크게 오른 자치구는 용산구로 8.61%가 상승했고, 뒤이어 동작구가 8.14%, 마포구가 8.13%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평균을 조금 웃도는 6.44%였다.

국토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고가토지를 제외하고 99.6%에 이르는 대부분의 토지는 올해 7.29%의 변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해 6.89%에서 13.87%로 급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세가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세금 상승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가 임대료는 양극화의 양상을 띠었다. 서울 전체의 상가임대료 변동률은 지난해 –5.00%로 감소했다. 서대문구가 –32.36%로 감소폭이 가장 높았고, 중구 –29.15%, 서초구 –22.85%, 구로구 –15.27%가 뒤를 이었다.

반대로 관악구의 상권 임대료는 22.46%로 훌쩍 뛰었다. 서울대앞 상권인 ‘샤로수길’ 부흥의 결과였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동대문구가 18.97%, 성수동 상권이 속한 성동구가 18.01% 순으로 이어졌다. 해당 정보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임대료에 대한 정보는 포함하지 않지만 매 시기별로 시장에 출시된 상가 임대료의 평균가격에서 산출한 값이다. 즉 2017년 출시된 매장과 2018년 출시된 매장의 비교다.

조성근 부동산114 연구원은 “공시지가 상승과 상가 임대료 상승 사이에 큰 상관관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가 임대차보호법 등 정책상 임대료 상승률이 연간 5%로 제한돼 있고, 임대료 계약은 각 거래 당사자 간의 사정이나 시장별로 수익성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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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보호법, 제도보다 운용이 문제

조성근 연구원의 말대로 임차인에 대한 안전망 중 하나인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이 지난 10월 개정됐다. 개정된 내용 가운데 계약갱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고, 매해 임대료 인상률 상한도 5%로 규정됐다. 해당 법규의 적용 범위 기준인 ‘환산보증금’ 또한 지난 1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환산보증금이란 월세의 100배와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서울은 환산보증금 기준이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과밀억제권역은 5억원에서 6억9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체 상가 임차인의 95%까지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계약갱신요구권의 실효성과 권리금 보호 문제가 제도의 허점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총 사업자 722만명 가운데 상가 임대차 보호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매업과 음식점업은 각각 87만명, 72만명에 이르렀다. 해당 통계에서 소매업의 경우 2017년 19만명의 사업자가 신규로 시장에 진입했지만 반대로 17만명의 사업자는 폐업하고 있다. 음식점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총 72만명의 사업자 가운데 2017년 18만명이 신규 진입했지만 16만명은 폐업을 면치 못했다.

전체 통계를 봤을 때도 이같은 경향은 뚜렷해진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평균 112만명 정도의 신규 자영업자가 발생하지만 매해 폐업하는 사업자 역시 평균 86만명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생존률 자체가 낮은데 장기 임차를 전제로 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지 묻는 이유다.

이에 대해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 감시팀 부장은 “공시지가가 오름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1989년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한 후로 매해 일정 정도 공시지가가 올랐는데, 이로썬 기존에 벌어진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주변이 명소로 떠오르고 개발 등으로 시세가 뛰면서 만들어진 것이 더 사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승섭 부장은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에 대해서도 “임대차보호법이 제 기능을 못 하리란 건 과장된 우려”라면서 “있는 제도에 맞춰 각 시ㆍ지자체와 국토부, 국세청이 제대로 감시하고 처벌하는 책무를 다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지 제도의 존재 유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장은 “임대차 보호법도 특정한 수준 이하의 보증금만 보호되다보니 완벽하진 않지만, 임대료 상승과 계약기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만큼, 공시지가 정상화와 맞물려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제도적 보완만큼 운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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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오른 곳 반응은?

한 편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가장 많이 오른 서울시 강남구의 경우에도 임대료 전가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각에서 개별 공시지가 발표 또는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부과 이전에 임대료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시장이 반응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논현동 케이렉스공인중개사는 “임대료 상승 움직임은 아직 없다”면서 “부동산은 일반 동산이나 생필품과 달라서 정책과는 조금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매도인 우위나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라면 임대료를 올리고자 하는 희망이 있을 수 있다”면서 “부동산이 활황을 보이고 임차하려는 수요가 넘친다면 세금 부담을 전가하기가 쉬운 구조로 재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개사는 “요즘처럼 공실률이 높거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임차인 우위로 시장이 변해 조세 전가가 쉽지 않다”면서 “중심 상권이 아닌 이상 공실을 들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임대료 전가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시 올해 10.45%로 관악구 역시 아직 이르다는 평이다. 관악구 M공인중개사는 “샤로수길 상권은 임대료 상승이 있긴 하지만 공시지가가 오를 것에 대비해 올리는 건 아니다”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추세는 2~3년 전부터 나타났고, 가로수길과 홍대의 전철을 따라갈 뿐 임대료 전가의 차원이라고 보기엔 미미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개사는 “임대료를 올리려면 기존 계약이 만기가 돼야 한다”면서 “이번달 초에 발표됐는데 만기에 맞춰 아직 반응을 하고 있진 않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본래 공시지가 상승은 세금 증가와 이에 따른 보유ㆍ거래 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결국 임대료와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공시지가가 미치는 영향은 상권과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상혁 연구원은 “원론적으론 상권이 살아있는 곳의 상가는 임대료가 오르는 게 수순이지만 현재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경기 침체로 임차수요가 부족해 단기간 내에 임대료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이 온다면 임대료 급상승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혁 연구원은 “상가는 증여나 상속 시에 과세표준인 기준시가가 낮아 자산을 물려주는 수단으로도 선호돼 왔지만, 이번 공시지가 인상으로 절세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상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비용이 증가하는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냉각되면 상가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진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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