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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밀착카메라] 아파트 입주 코앞, 무산된 '단지 내 초등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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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로 입주할 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초등학교 건립이 갑자기 무산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규모 재개발로 등굣길이 막힌 곳도 있습니다. 업체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개학을 코앞에 둔 학부모들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인천 연수구의 한 신축 아파트 인근입니다.

방학인데도 이곳에 입주할 초등학생과 학부모 180명이 학교로 향하고 있는데요.

등굣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고 해서 직접 체험해보기 위한 차원이라고 합니다.

학교까지는 2km, 빠른 걸음으로 가도 30분은 걸립니다.

[권도영/초등학생 : 지금 사는 집에서 학교까지 3~4분밖에 안 걸리는데 여기로 이사 오면 학교까지 20~30분이나 걸려서 이사 오기는 싫어요.]

도로를 따라가는 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축구공 같은 거 들고 오다가 공이 나가면…애들은 진짜 어디로 갈지 모른다니까.]

통학로 중에 이렇게 고가가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3개나 지나야 하는데요.

또 바로 옆은 6차선 도로라 차들이 빨리 달리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성지은/초등학생 : 전 초등학교 다닐 때는 횡단보도를 많이 안 건넜는데 여기는 터널도 지나고 큰 도로도 있고 그래서 학교 가는 게 불안해요.]

우려되는 것은 교통 문제만이 아닙니다.

[김예진/초등학생 : 저기 문도 남자애들이 다닐 때 장난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것처럼 돼 있고 어두워요. 그래서 위험한 것 같아요.]

아이들을 자동차로 통학시킬 수 없는 가정도 많습니다.

[김정일/학부모 : 초등학교 문제 때문에 이사를 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어요. 맞벌이 부부들한테는 되게 치명적이죠.]

올 상반기 2500여 가구가 입주 예정인 이곳에는 원래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지어질 예정이었습니다.

개발조합이 초등학교를 지어 인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신미심/학부모 : 교육청으로서 그 부지도 있고 그다음에 지어줄 거다 만들거다라고 했으면 약속을 이행해야지, 돈이 없다고 해서 서로 미루다가 시간만 계속 흐르고…]

하지만 조합 측은 애초 계획과 달리 400억대 적자로 지자체 도움 없이는 건립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김조균/학부모 : 입주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조합이 (학교 건립을) 이행하지 않겠다? 자기네가 여태까지 사업을 잘못해서 이렇게 왔던 과정을 그걸로 메꾸려고 하는 게 아닌가.]

인천 동구의 또다른 초등학교입니다.

학교 주변이 대규모 재개발로 온통 펜스로 둘러 쌓였습니다.

[채유림/학부모 : 여러 관계부처에다가 요청사항도 넣고, 개학이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어서 답답할 따름이에요.]

원래 이 동네 학생들은 이 길을 통해 곧장 학교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5분이면 갈 거리를 빙 돌아가야 되다보니 30분이 가까이 걸리게 됐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3년 동안이나 이렇게 다녀야 되는 상황입니다.

통학하는 길에 인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박은정/학부모 : 일단 인도가 없고 그쪽으로 차량이 많이 다니고 공사 차량이 지나 다닌다는 거. 공사 차량은 높잖아요. 어린아이들은 보이지 않아요.]

등하굣길은 물론, 공사로 인한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

[육재연/초등학생 : 저희 선생님이 반에 막 지진처럼 건물이 흔들리거나 금이 조금씩 나면 운동장 밖으로 나가라고 말해주셨어요.]

지자체와 업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주민들의 불편을 커지고 있습니다.

자녀가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정원석, 손지윤,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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