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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쌍둥이 적자 키운 트럼프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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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중개인이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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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미국 경제에 ‘쌍둥이 적자 확대’라는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지만, 거시경제의 내실과 관련이 깊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지표가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호황’이 빚더미 위의 잔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좌파 성향 학자들 일부에서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무역적자(상품ㆍ서비스수지)가 6,210억달러(701조1,090억원)로 집계됐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5,523억달러) 대비 12.4% 늘어난 것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7,087억 달러) 이후 10년만에 최대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압력에도 불구, 수입 증가율(7.5%)이 수출 증가율(6.3%)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기록적 적자가 나타났다”며 “달러 강세와 감세정책으로 인해 소비 지출이 늘어난 탓”이라고 분석했다.

재정적자는 무역적자보다 더 심각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9년 회계연도(2018년10월~2019년9월) 시작 뒤 4개월 간 누적된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3,100억달러로 전년 동기(1,760억달러) 대비 77%나 늘었다. 상원 예산위원장을 지낸 켄트 콘라드 전 의원은 “이미 빚더미인데, 세금은 줄이고 정부 지출은 늘리고 있다. 이것은 미친 짓”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이처럼 미국의 재정이 위험 상태라는 게 미국 경제학계의 상식적이고 대체적인 평가다. 미 의회 예산국(CBO)도 2022년에는 연간 재정적자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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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미국 무역 적자 추이. 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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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는데, 공교롭게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상극인 좌파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의 경제 분야 참모를 맡았던 스테파니 켈튼 스토니브룩 대학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은 새 정책이 적자 부담을 키울지를 살펴볼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 여부만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급증한 재정적자가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빌리고 더 써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켈튼 교수 등 좌파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이라면 화폐를 더 찍어내어 얼마든지 경기 부양할 수 있다는 ‘현대통화이론’(MMF)을 주장하고 있다.

2008~2015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적자는 여전히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향후 미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그만큼 지출 규모도 작아지기 때문에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그럴 경우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자 상환 등과 같은 빚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주류 학계에서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앨런 바우어바흐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원하지도,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인플레이션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그 같은 주장은)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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