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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대기업 영업이익률 반도체 빼면 4%대로 역대 최저…'中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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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대기업 수익 부담에 중소업체 추가 압박 우려…매출 늘었지만 수익성 쪼그라든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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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수익 창출력이 크게 떨어졌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이 중소기업 수준인 4%대에 그친다.

◇ 반도체 투톱 빼니 수익성 반토막 = 18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자산 규모 상위 10대 그룹 상장사 89개 기업의 실적을 종합·분석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53조7007억원, 130조980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9.68%다. 2017년 10대 그룹 상장사 영업이익률(9.63%)보다 0.05%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이 4.79%로 반토막난다. 대다수 10대 그룹사가 100원어치를 팔아 5원도 못 남겼다는 얘기다. 1년 전인 2017년(5.53%)보다 0.74%포인트 하락했다. 역대 최저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집계한 중소기업 영업이익률 4.13%와도 차이가 크지 않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강점인 대기업의 수익창출 경쟁력이 중소기업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4%대 영업이익률 역시 현행 기준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재계 전반이 수익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해 대기업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이 불투명해지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을 추가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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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조선·유통업 부진 '속빈 강정' = 1년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4.9%에서 28.1%로 올랐지만 나머지 기업은 뒷걸음쳤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사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더하면 1년 전보다 6.4% 늘었지만 두 기업을 빼면 8.1% 줄었다. 10대 그룹 영업이익에서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54.7%에서 지난해 60.9%로 늘었다.

이 기간 두 기업을 제외한 10대 그룹 상장사의 매출은 6% 넘게 늘었다. 얼핏 보면 외형이 커졌지만 수익성은 떨어진 '속 빈 강정'이 됐다는 의미다.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자동차·조선·유통 부문의 부진이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주력계열사인 현대차(2.5%)와 기아차(2.1%)가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3.2%에 머물렀다.

신세계그룹도 그룹 상장사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이마트 부진으로 그룹 영업이익률이 3%대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적자전환에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이익률은 1%대로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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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반도체까지 꺾이면 총체적 위기 우려
= 올해 반도체 초호황 효과가 사라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해도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6%를 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29조374억원, 38조8860억원으로 제시했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초 예상치였던 60조원보다 35% 넘게 하향 조정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나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기업의 수익 창출력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전체적인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시장을 비롯한 자원 재배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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