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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론] 새해 단상 : 돼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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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올해는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다. 돼지는 약 1000만마리가 사육되고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흔하지만 '돼지꿈'과 같이 예로부터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물신의 상징이라 한다. 그에 더해 올해는 '황금돼지'라니…. 올 한해 우리나라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소망해 본다.


돼지는 복, 재물의 상징뿐만 아니라 우리 먹거리의 기반이 됐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처럼 직장인들의 애환과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60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돼지 한두 마리 정도 키워서 파는 형태였다.


1960년대 이후 경제력과 생활수준이 향상돼 축산물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 1962년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기간에 상업적 대규모 축산이 시작됐다고 한다. 육류 수요 증가에 발맞춰 돼지, 소, 닭 등 가축 사육 마릿수도 크게 늘어났다.


1990년 8000만마리에서 2017년에 1억9000만마리로 증가했다. 돼지와 소의 농경지 면적 대비 사육 밀도는 1㎢당 790여마리에 이르렀고, 이는 전 세계에서 네덜란드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 한다.


우리의 경제 사정이 나아지고 돼지와 같은 가축의 식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그 이면에는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증가하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가축분뇨다.


기업형ㆍ집약형 축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7년 4800만t으로 1990년보다 약 78% 증가했다. 특히 화학비료가 많이 개발ㆍ보급된 지금도 가축분뇨의 90%는 여전히 거름으로 농경지에 뿌려지고 있다. 땅에 뿌려진 거름은 화학비료와 함께 잉여양분이 돼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가 녹조의 원인이 된다.


축산 악취로 인한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전체 악취 민원 2만3000여건 중 축산시설이 6000여건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2013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환경부는 가축분뇨로 인한 수질오염, 악취 등의 환경 문제를 줄이기 위해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다각적 관리대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먼저,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양분관리제를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금강 수계 소옥천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역 내 토양의 양분 수용 능력을 계산해 가축분뇨와 화학비료 투입을 관리하는 모델을 만들어 수질오염을 예방하는 제도다.


또한 가축분뇨의 발생부터 이동, 처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관련 시설을 확충할 것이다. 특히 가축분뇨 이동을 감시하는 전자인계관리시스템을 신고 대상 소규모 시설까지 확대해 돼지분뇨 무단투기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한 가축분뇨로부터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가축분뇨 악취 저감을 위해 시행 중인 퇴ㆍ액비 부숙도 기준을 액비(液肥)는 신고 규모 시설까지 확대하고 퇴비는 2020년 시행에 맞춰 농가 홍보 등으로 기반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축분뇨법상 무허가 축사는 적법화해 제도권으로 편입하고 적정 처리시설을 갖추도록 해 환경영향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간 돼지와 같은 가축은 국민 영양공급과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해 왔지만 동시에 환경문제를 유발해왔다. 돼지가 '황금돼지'와 같이 우리에게 이로움을 지속가능하게 가져올 수 있도록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ㆍ지자체ㆍ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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