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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디지털신조어] 나이가 벼슬? '나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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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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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 오른 L씨는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어르신이 다가와 명령하듯 자신이 앉아야겠다며 일어나라고 말한다. 기분이 나빠 따질까 했지만, 큰 언성이 오갈 것 같아 L씨는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노인과 젊은이 사이에 세대 간 갈등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노인과 관련해 혐오감이 담긴 신조어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꼰대'는 기본이고, 나이를 벼슬처럼 여긴다는 '노슬아치(노인+벼슬아치)', 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을 칭하는 '틀딱충', 노인과 벌레를 합친 '노인충'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생겨난 신조어가 '나일리지'다. '나일리지'는 나이와 이용 실적 점수를 뜻하는 영단어인 '마일리지(mileage)'를 합친 것으로, 최근에는 나이를 앞세워 우대받기를 원하는 사람을 칭하는 부정적인 뜻이 담긴 단어로 쓰인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종종 보는 모습이 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직원들에게 '○○ 줘'라며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을 하는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이 많은 게 벼슬인가?'라며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해온 한국에서는 다섯 가지 덕목 중에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다. 이는 어른과 아이, 곧 상하의 질서와 순서가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유지되어야 올바른 사회가 유지된다는 뜻이 담겼다.

하지만 질서와 순서에서 '나이'만 우선시된다면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나이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갈등만 낳을 뿐이다. '나 때는 이랬어~'라며 자신의 생각과 경험만을 생각해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듯 한 발언을 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으로 '요즘 애들은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말하는 노인이라면 젊은 세대에게 적대감과 거부감만을 키울 뿐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쌓은 노하우와 지혜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만을 앞세워 특별한 예우와 자신만의 고집만 주장한다면 '꼰대'로 전락할 뿐이다. 나이를 무기가 아닌 도구로 삼아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젋은 세대들이 바람직하게 행동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전기연 기자 kiyeoun01@ajunews.com

전기연 kiyeoun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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