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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행+] 트럼프·김정은 만날 하노이 여기 안 가보면 후회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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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활력을 얻고 있는 하노이 시내. 하노이는 남북이 나뉘어 만나는 DMZ처럼 `두 강이 만나는 도시`라는 의미다. [사진 제공 =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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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지로 낙점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안 가볼 수 없다. 사실 필자는 20년 언론사 기자 생활을 접고 작년부터 호찌민에서 카페 사업을 하고 있다. 호찌민도 그렇지만 하노이도 요즘 가장 핫한 공간이 K팝 콘텐츠를 가미한 'K카페'다. 사업차 10번 이상을 오간 곳이 하노이지만, 이번은 다르다. 사업 말고 철저히 여행지로 방문이다. 이런 세계적 이슈가 있을 때 가야,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법이다. 바로 하노이 1박2일 총알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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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부터 가볼까. 필자의 여행노트를 뒤졌다. 서툰 베트남 생활, 꼭 가야 할 곳과 먹방 핫스폿을 꼼꼼히 기록해 둔 보석 같은 만물지다. 금강산도 식후경. 레스토랑 진격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는 여러 메뉴를 맛보고 싶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베트남의 물가를 고려할 때 값이 비싸다고는 인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맛. 이에 가장 적합한 콘셉트의 식당은 응온빌라(Ngon Villa)가 아닐까. 1만8000원 정도만 내면 메뉴판의 빼곡한 맛 좋은 요리를 다 먹어볼 수 있어서다. 일종의 무한요리 개념이다.

하노이의 스트리트 푸드로 유명한 통두이탄 거리에 있는 응온빌라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인테리어해 오픈한 식당인데, 인테리어가 외국 영화 속 서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음식 맛은 너무 로컬스럽지 않고 정제된 베트남 음식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전체적으로 맛, 분위기, 서비스 3박자가 갖춰진 곳. 그래서 하노이 20대 여성들이 데이트하고 싶은 식당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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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가지 요리를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 먹방 메카 응온 빌라.


음식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세련되게 플레이팅된 스타일이다. 메뉴는 1인 1만5000원짜리부터 있는데, 무제한 메뉴가 있다. 36만5000동(VND)과 58만5000동.

무제한 36만5000동짜리 요리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맥주 안주로 딱일 듯한 바삭한 칩이 애피타이저로 나온다. 이어 직원에게 몇 가지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거이꾸온(Goi cuon), 반쎄오(Banh xeo), 스언느엉(suon Nuong)부터 찍는다. 어떤 음식이든 첫 시식이어서 먹는 방법을 모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직원이 먹기 좋게 잘라주고 먹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거이꾸온은 딱 보면 월남쌈 스타일이다. 거이는 생야채, 꾸온은 쌈을 의미하는데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린, 완성된 형태로 나온다. 반쎄오는 쌀가루를 반죽해 빈대떡처럼 얇게 부친 크레이프(프랑스어로 얇은 팬케이크)인데, 약간 계란 지단 스타일로 좀 더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을 준다. 스언느엉은 일종의 숯불구이 고기이고, 이를 먹어 치우고도 '식욕 폭발'이 멈추지 않는다.

다시 주문한 요리는 굴 요리. 익힌 굴 위에 양념이 올려져 있는데, 베트남 굴이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도 들 정도로 맛있다. 바삭하게 튀긴 새우요리, 조개요리, 오리고기, 게튀김도 연달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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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의 소원 명당 하노이 문묘.


배가 부를 만큼 불러 계산한 후 나오니 이제는 걷고 싶다. 인근 호안끼엠 호수로 갔다. 베트남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 시민들의 쉼터로 소소한 삶의 모습이 엿보이는 곳. 거의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고, 간혹 가족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한다. 이러한 호안끼엠 호수에는 재밌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레 왕조의 레러이가 이 호수에서 발견한 검을 들고 전쟁에 나가 명나라를 물리치면서 이후 승전을 알리기 위해 호수를 찾았는데 거북이가 올라와 그 검을 물고 갔다고 한다. 1968년에 이 호수에서 2m가 넘는 거북이가 발견되면서 호수 위 사원에 거북이 박제가 전시돼 있다고 한다.

호안끼엠 아래 떠이 호수에는 호찌민묘역도 있다.

잊을 뻔했다. 베트남 현지민들의 은밀한 소원명당. 필자 역시 사업 진행을 앞두고 이 핫스폿을 찾은 적이 있다. 바로 하노이 문묘. 공자를 모시기 위해 1070년 설립된 건물인데, 1442년부터 약 300년간 시행한 관리등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곳이다. 사실상 공자묘인데, 베트남 현지민들에겐 중요한 시험이나 사업진행을 앞두고 좋은 기운을 받는 명당으로 유명하다. 입장료는 성인 3만동, 학생 1만5000동. 5만동을 추가하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받을 수 있다.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든다. 2차 미·북회담 장소가 DMZ였다면, 그리하여 필자가 먹방 투어로 돌아본 곳이 DMZ와 파주 일대였다면 어땠을까. 그러고 보니 하노이, '두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뜻 아닌가. 남과 북으로 나뉜 경계의 DMZ와 두 강 사이의 도시 하노이가 평행이론처럼 겹친 건, 그래서 뿌듯한 마음이 드는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트럼프, 김정은 파이팅이다.

▶▶현지민의 귀띔…베트남 여행 즐기는 Tip

1. 환전은 미리 동으로 바꿔갈 것

출국 전 베트남 화폐 동(VND)으로 환전하는 게 낫다. 베트남 현지 환율이 좋다는 말이 있어 이중환전을 많이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미리 바꿔가실 것. 100동=4.83원 수준. 단 여유분은 달러로 보관.

2. 버스 대신 그랩 앱 이용

버스를 타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이다. 버스 대신 '그랩'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게 꿀팁. 기본요금 1만동(500원) 수준에서 목적지까지 확실하게 데려다준다. 바가지 없고 안전하다.

3. 베트남 여행 골든타임은

아열대 습윤 기후다. 겨울이 쾌적해서 좋다. 11월부터 3월 사이, 지금이 딱 적기.

[하노이(베트남) = 민석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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