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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소백산 정상서 먹은 도시락…이런 맛 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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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소백산 연화봉 정상에서 배달도시락을 맛 보고 있는 고서령 기자. 한 세트에 8000원씩이다. [이정욱 여행+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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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정상까지 배달해 주는 도시락이 있대! 와~ 이거 대박이지 않니?" 선배 기자의 말 한마디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면 산꼭대기에서 '자장면 시키신 분~' 하듯 '도시락 시키신 분~' 하면서 배달해 준다는 거? 아니 근데, 그게 가능하긴 한 걸까? 아무래도 의심이 되어 검색해 보니 정말 지상파 방송 뉴스에 '도시락 배달해 드립니다…산 정상까지 배달'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온 게 아닌가. 오호, 그렇다면 직접 가서 먹어봐야, 아니 확인해 봐야지! 오직 도시락 시식을 위한 겨울 소백산행은 그렇게 결정됐다.

우선 소백산북부사무소에 연락해 도시락을 예약했다. 그리고 확인한 실망스러운 사실. 도시락을 정상까지 배달해 주는 게 아니라, 탐방객이 등산로 입구에서 도시락을 받아 직접 들고 올라가야 한다는 거다. 그럼 그렇지, 한강 둔치도 아니고 산 정상까지 어떻게 매번 도시락을 배달할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그 방송사는 왜 잘못된 뉴스 제목을 내보내지? 사람들이 오해하면 어떡하라고? 서운한 마음을 방송사 탓으로 돌리며 투덜댔다.

약간 김빠지긴 했으나 도시락 맛은 여전히 궁금하니 예정대로 가 보기로. 겨울 산행은 이번이 고작 두 번째. 게다가 소백산은 바람도 많이 불고 춥기로 유명하대서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위아래로 내복을 두 겹씩 겹쳐 입고 핫팩을 두 개나 붙이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등산 시작하고 10분 만에 너무 더워서 후회했다).

청량리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단양역에 도착하니 김상범 소백산북부사무소 계장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가 소백산 도시락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긴 당사자다. "우리나라 산에서 나는 쓰레기의 70~80%는 일회용품이거든요.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고, 등산객들의 편의도 높이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예요." 소백산 도시락은 단양 로컬푸드 협동조합이 도맡아 만드는데, 단양 지역 농가들이 직접 키운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도시락을 먹는 것만으로 환경과 지역경제에 일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의 등산 코스는 죽령에서 출발해 연화봉 정상까지 올라가는 일명 '소백산 입문 코스'. 등산 초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죽령 등산로 입구에서 드디어 '배달 도시락'을 영접했다. 정상까지 갖다주진 않지만, 차로 1시간이나 걸리는 단양 시내에서 이곳까지 배달해 주는 것이니 배달 도시락이라 불릴 자격은 충분하다. 도시락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데, 겨울엔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따끈한 국 위주로 준비된다. 올겨울 메뉴는 올갱이된장국과 황태국. 올라가는 동안 식지 않도록 보온 도시락통에 담아준다. 요즘 아이들은 다들 학교에서 급식을 먹으니 잘 모르겠지만, 어릴 적 겨울마다 보온 도시락통에 점심을 싸서 다녔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온 도시락통이 참 반가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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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구성은 4가지. 황태국 맛이 일품이다.


배낭에 도시락을 넣고 눈이 자박자박 쌓인 산길을 오르고 올랐다. 드디어 연화봉 정상 도착. 얼른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펼쳐 봤다. 갓 지은 것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뽀얀 국물이 구수한 황태 뭇국, 단양에서 유명한 마늘이 들어간 불고기 반찬, 도시락에서 빠질 수 없는 달걀말이, 강원도의 별미인 황태 강정과 김치까지 완벽한 한상이었다. 산 위에서 이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아침에 음식 준비할 필요 없이 눈곱만 떼고 와도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아요." 옆자리에서 식사 중이던 탐방객들도 입을 모아 소백산 도시락을 칭찬했다.

도시락통은 하산 후 등산로 입구에 마련된 수거함에 반납하면 된다. 하나에 몇 만원씩 하는 도시락통이라 반납하지 않고 가져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단 하나도 분실된 적 없이 모두 회수되었단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소백산 도시락이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자 국내 다른 국립공원들도 도시락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2019년 2월 현재 가야산, 속리산, 한려해상국립공원, 태안해안국립공원, 월악산, 지리산 등에서도 도시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이들 국립공원 탐방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이용해 보시길.

■ 소백산 배달 도시락 신청·이용 방법

카카오톡에서 플러스친구 '내도시락을부탁해'를 검색하면 각 국립공원의 도시락 서비스가 뜬다. 그중 '소백 내도시락을부탁해'를 선택해 '채팅하기' 기능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마감은 이용일 하루 전 오후 5시. 매일 50개 한정으로 판매하고 주말엔 매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1개당 8000원이며 선입금해야 한다. 도시락 수령은 이용 당일 오전 9시 30분부터 가능하다. 소백산은 2019년부터 죽령 지역 도시락 서비스를 중단했다. 천동, 어의곡(새밭) 등산로 입구에서 수령하는 도시락만 신청할 수 있다.

[소백산(단양)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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