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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https 차단=인터넷 검열 시초"?…23만명이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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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방통위, "데이터 감청과는 무관"…이용자들 "향후 정부 검열 강화로 이어질 것"]

머니투데이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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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법 인터넷 사이트 차단을 막기 위한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 방식을 놓고 '인터넷 검열'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https 차단정책… 뿔난 이용자 23만명 국민청원=17일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따르면 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22만 9000여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국정 현안 관련해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가 한달 안에 답변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은 정부가 불법 사이트 차단을 명분으로 인터넷 통제가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사업자들이 https 인증과정에서 SNI 정보를 어떻게 확인하는 지 공개적으로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원인은 “https를 차단하는 것은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장은 유해정보 차단이 목적이라지만, 불법 사이트가 아님에도 정부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불법 사이트로 지정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효성 논란도 있다. VPN(가상사설망)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해외 IP를 경유해 음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차단 정책에 대한 우회 방법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감자된 'SNI'는 어떤 기술?= SNI란 이용자가 https(보안프로토콜)을 통해 해외 불법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하는 '암호화되지 않는 영역'을 말한다. 암호화 이전에 이용자 브라우저와 웹서버간 주고받는 SNI 정보를 활용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가 불법사이트 도메인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원리다.

방통위는 지난해 6월부터 KT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삼성SDS 등 인터넷사업자들과 기술 차단방식을 적용해왔다. 11일 KT를 시작으로 조만간 다른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로 기술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웹사이트들은 일반적으로 http 접속 방식을 써왔다. 이에 정부는 지금까지는 'URL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용자가 미리 등록된 불법정보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warning.or.kr)' 페이지로 이동해 '해당 사이트는 불법이므로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뜬다.

요즘 웹사이트들이 적용하는 https은 일반 웹사이트보다 보안이 강화된 버전이다. URL창에 ‘https://’로 시작되는데, 오가는 데이터가 암호화돼 해커가 데이터를 가로챌 수 없다는 게 장점이다. 피싱 방지에 좋다. 이용자가 어떤 사이트를 보는 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해외 불법 서버 운영자들이 ‘https’ 방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불법 유해물을 보더라도 기술적 차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유해물로 판정된 웹 게시물 70%가 https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화 나선 방통위, "사전 검열 아니다"=당국은 기존 URL 차단이 보안 프로토콜인 https로 우회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 기술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측은 "SNI기술의 경우 암호화된 패킷을 들여다보는 감청과 다르며 암호화되기 전 신호를 감지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검열 논란과 관련해서도 방통위 관계자는 “특정 이용자의 데이터 패킷을 빼내는 건 엄연히 현행법 위반행위인데, 정부기관이나 인터넷사업자도 예외일 수 없다”며 “합리적인 성인 영상물이 아니라 몰카나 불법 영상물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차단하는 것은 인터넷 사전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안 전문가들은 엇갈린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특정 IP 접속 시도시 DNS 단에서 자동으로 차단한다는 큰 틀에서 경고 사이트로 안내해주는 종전 방식과 기술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특정인의 웹사이트 접속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 과거 웹사이트 차단 방식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새로 도입한 기술이 사생활 침해나 사전 검열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정부 정책이 과연 시대적 변화에 맞는 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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