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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 최저임금 2년 현실 털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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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라 2017년 시간당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올해 8350원으로 올랐다. 전년 대비 인상 폭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 10.9%였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오른 것은 2003·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최저임금 생활자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대학 우체국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대학생 문경태(24)씨는 작년 121만6000원이던 월급이 올 1월부터 147만8000원으로 올랐다. 문씨는 "생활에 여유가 생겨 1월 전달보다 옷값 등으로 12만원 더 지출했다"고 했다. 임금이 올라 저축을 더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근로시간이 줄면서 시급은 늘었지만 월급은 준 경우도 많았다. 임금을 줄 사업주의 사정이 어떤지가 그런 차이를 만들었다. 본지 기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관 직원 이민섭씨

이민섭(24)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입대 전인 2015~2016년 한 대형 영화관에서 일해 적금 1300만원을 모았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제대하고 같은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다.

입대 전 90만~100만원이었던 월급은 2년 사이 130만원대로 올라 있었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올라 쓸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질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평소 갖고 싶던 유명 브랜드 신발도 샀다. 가고 싶어도 표가 비싸 못 가던 힙합 콘서트도 몇 달에 한 번은 갈 수 있게 됐다.

조선비즈

/박상훈 기자, 고운호 기자,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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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랐다. 하지만 지난 1월 이씨의 월급은 작년보다 10여만원 줄어든 120만원이었다. 주 5일이던 근무 일수가 주 4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나 동료들은 용돈이 아니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20대"라며 "최저임금 인상 덕에 원하는 만큼 일은 못 하는 강제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실천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복학하면 교통비와 식비 등 생활비가 더 들 텐데 모아놨던 돈을 꺼내 쓰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 이승철씨

이승철(67)씨는 2009년부터 서울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 받은 월급은 99만원이었다. 2018년에는 1년 새 22만원이 올라 월 174만6500원을 받았다. 월급이 대폭 오른 지난해 1월, 이씨 아내는 "월급이 많이 들어왔네"라며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이미 은퇴해 나가는 돈이 비슷한 이씨 부부는 저축을 더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통장에 찍힌 이씨의 1월 월급은 작년과 같은 174만5200원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자 입주민 회의에서 1시간씩 돌던 새벽 순찰을 없앴다. 이씨는 "작년까지는 새벽 순찰 때문에 시급이 최저임금보다 좀 더 많았는데, 올해는 입주민들이 순찰을 없애고 월급을 딱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들도 나이가 많다 보니 그만두고 갈 데가 없어 불만이 있어도 이야기는 못 하죠. 관리비가 느는 거니까 입주민들 입장도 이해는 되지요."

이씨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경비원 초소에서 직접 밥을 지어 먹고, 하루 서너 잔씩 마시는 커피 값도 아끼기 위해 인터넷에서 대형 포장된 커피 믹스만 산다. 이씨는 "유일한 외식은 칼국숫집 가는 건데 최근 음식값이 올랐다"고 했다.

◇식당 도우미 김나윤씨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김나윤(62)씨는 작년 말 식당 설거지 일을 다시 시작했다. 원래 식당에서 일하다 한동안 입주 가사 도우미로 일했다. 괜찮은 가사 도우미 일을 찾기 어려워 다시 식당을 찾은 것이다.

김씨는 요즘 서울 종로구의 빌딩 지하 식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설거지를 한다. 일당은 5만원 정도다. 지난 1월 이렇게 20일 일해 100만원을 벌었다. 작년 일당은 4만5000원, 월급은 90만원이었다. "월급이 올라 손자에게 돈가스라도 한 번 더 사줄 수 있게 돼 기뻤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삶이 나아졌다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채소 값도 오르고 식당 국밥 가격도 올랐는데 10만원으로는 흔적도 남지 않네요."

김씨는 "3년 전엔 시급이 6000원이어도 하루 10시간 일해 120만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시급은 높아졌지만 월급은 100만원"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 일대를 다 뒤져봐도 10시간짜리 식당 일이 안 보인다"고도 했다. "그날그날 일이 끝나면 식당 사장이 직접 일당을 주는데, 하루는 사장한테 '장사도 안 되는데 이렇게 돈 주고 남는 게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사장도 씁쓸하게 웃고, 나도 씁쓸하게 웃었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강성준씨

강성준(58·가명)씨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2017년 11월 퇴직했다. 이후 몇 번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강씨는 편의점 창업을 고민하다 작년 1월부터 경험 삼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옆에서 본 편의점 운영은 예상 밖이었다. 얼마 전 사장은 "한 달에 고정적으로 200만원만 벌어도 행복하겠다"며 강씨에게 수익 구조를 털어놨다. 사장 앞으로 가는 수익이 1200만원인데 이 중 아르바이트 인건비가 500만~600만원, 임대료가 300만원이 넘었다. 강씨는 "다른 비용까지 계산하면 사장 몫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편의점을 차리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고 했다.





강다은 기자;김윤주 기자;김영준 기자;김종우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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