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미터기 혼란, 왜 이러나
택시 요금 인상 후 벌어지는 '미터기 소동'이 6년 만에 또 재현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 요금 체계가 반영된 미터기 프로그램 장착은 18일부터 28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에도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승객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6주간 결제 지체와 혼선을 감수해야 한다. 시는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택시 7만2000대의 미터기를 교체할 예정"이라며 "그에 따른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17일 서울역에서 한 택시 기사가 추가 금액을 알려주는 ‘요금 조견표’를 들고 미터기에 요금을 입력하고 있다. 전날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됐으나 미터기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당분간 기사들이 인상 차액을 직접 입력해야 한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13년 10월 요금 인상으로 미터기 조정을 받으려는 택시 1만여대가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모습. /고운호·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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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미터기에 새 프로그램을 미리 장착해두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미터기를 미리 수리하면 인상 이전에 오른 요금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택시는 5개 업체로부터 미터기를 납품받고 있다. 요금 체계에 맞춰 계산 프로그램을 입력한 뒤 택시에 내장한다. 이후 운전자나 택시회사의 변조나 조작을 막기 위해 네 겹으로 봉인한다. 새 프로그램 입력 방식은 아날로그에 가깝다. 담당자가 봉인을 뜯어낸 뒤 조종 장치로 직접 숫자를 입력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입력하거나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요금 체계가 변경되도록 예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인터넷에 연결이 안 되는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번 택시 미터기 교체는 서울 월드컵 공원, 중랑천 살곶이 체육공원, 남양주 별내, 과천 서울대공원 등 4곳에서 시행된다. 미터기 제작·수리 업체 60여 곳에서 나와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설치가 완료됐다고 해서 바로 운행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주행 테스트 완료 기간은 3월 말까지다.
시는 요금 인상 때마다 반복되는 미터기 소동을 피하기 위해 원격으로 요금 체계를 변경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인 앱 미터기를 개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기를 통째로 뜯어내지 않고도 변경 요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 미터기를 쓰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러도 다음 요금 인상 때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꿀 경우 해킹 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처럼 미터기를 뜯어내 재장착하는 방식은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택시가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가 도입돼야 하는데, 지금 같은 비효율적인 미터기 제도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며 "서울시는 해킹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완전무결한 무인 요금 변경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포토]끝이 안보이는 택시 줄…6년 만에 다시 '미터기 소동'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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