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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태양계에 잠든 ‘오퍼튜니티’와 ‘케플러’…후배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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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 이어 오퍼튜니티도 임무수행 마치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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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화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임무를 수행해온 무인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Opportunity)가 임무수행을 마치고 안식에 들어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3일 교신을 위한 마지막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오퍼튜니티의 임무가 종료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당초 예상 수명인 90솔(SOL·화성일)을 훌쩍 넘겨 활약해온 오퍼튜니티의 임무가 끝난 것은 지난해 화성을 덮친 거대한 모래폭풍 때문이다. 화성의 하루 단위인 솔은 24시간 37분 23초로, 90솔은 지구 시간 약 92일이다.

■ 스피릿 이어 오퍼튜니티 15년 임무 완수

15년간 화성 탐사 ‘오퍼튜니티’

많은 위기에도 예상의 60배 장수

태양광 패널에 먼지 쌓여 은퇴

물의 흔적 찾고 운석도 처음 발견

‘큐리오시티’만 남아 임무 이어가


태양광 패널로 동력을 얻는 오퍼튜니티는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지난해 6월10일 교신을 끝으로 ‘인내의 계곡’에서 동면에 들었다. 이후 태양광 패널에 쌓인 먼지로 인해 충전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시 교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8개월여 동안 교신 재개를 위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2007년에도 두 달여 동안의 모래폭풍을 견뎌내고 회생한 사례가 있어 다시 교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NASA는 지난 12일 밤 마지막으로 보낸 신호를 끝으로 더 이상 교신 시도를 중단키로 했다. 오퍼튜니티호와 쌍둥이 탐사 로버인 스피릿을 운용해온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화성 탐사 로버(MER)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칼라스 박사는 “오퍼튜니티의 회생을 위해 모든 공학적 노력을 다했다”며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더는 회생 노력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퍼튜니티는 2003년 7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로부터 발사됐으며 이듬해인 2004년 1월24일 화성에 착륙했다. 15년간 임무수행 기간 동안 오퍼튜니티는 제1임무였던 물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착륙지 인근에서 물속에 형성되는 광물인 적철석을 발견한 것이다. 인데버 충돌구에서도 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것을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은 과거 화성은 지금과는 달리 물이 존재했고, 온난한 기후였음을 밝혀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또 오퍼튜니티는 화성에서 처음 운석도 발견했다.

지난 15년 동안 오퍼튜니티가 촬영해 지구로 보낸 사진은 360도 컬러 파노라마 사진 15장을 포함한 21만7594장이다. 오퍼튜니티는 평균 이동속도는 초속 1㎝가량인데 15년여 동안 움직인 거리가 마라톤 전체 구간보다 긴 45.16㎞다. 이는 화성과 달에 착륙한 탐사 로버들 중 가장 긴 기록이다. 당초 과학자들이 설정한 오퍼튜니티의 목표 이동거리는 1000m에 불과했다. NASA 짐 브라이든스타인 국장은 오퍼튜니티의 공로에 대해 “오퍼튜니티의 선구자적인 임무수행 덕분에 언젠가 우주비행사가 화성 표면을 걷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퍼튜니티는 2004년 쌍둥이 탐사 로버인 스피릿과 비슷한 시기에 화성에 착륙했다. 3주 간격을 두고 발사된 두 탐사 로버 중 스피릿은 화성 적도 남쪽에 있는 구세프 크레이터(충돌구)에, 오퍼튜니티는 그 반대편인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했다. 7.7㎞가량을 탐사한 스피릿은 오퍼튜니티보다 8년가량 빠른 2011년 5월 임무를 마쳤다. 오퍼튜니티 역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임무수행 2년차인 2005년에는 앞바퀴 중 하나의 조향장치가 고장 났고, 그해 모래언덕에 6주간 바퀴가 파묻히는 일도 발생했다. 2015년에는 메모리 카드가 분실됐고, 2017년에는 다른 앞바퀴마저 조향장치가 기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오퍼튜니티가 당초 예상 수명의 60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 비결로 NASA는 화성의 강한 바람이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모래를 날려보내준 덕분에 전력 확보가 가능했고, 충전지 성능이 예상보다 좋았던 점을 꼽는다. 이 충전지는 5000회 이상 충전과 방전이 거듭되는 동안에도 85% 이상 성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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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리오시티 로버만 남아 임무 계속

오퍼튜니티의 안식으로 화성에서 임무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탐사 로버는 큐리오시티(Curiosity)만 남았다. 큐리오시티는 2012년 8월 화성 게일 분화구에 착륙했다. 지난해 6월 화성 토양의 유기화합물을 통해 약 35억년 전 화성이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었음을 밝혀낸 바 있다. NASA는 큐리오시티가 찾아낸 유기화합물 분자들에 대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화성에 착륙한 로버인 인사이트(InSight)는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에 머문 상태에서 내부 탐사에 주력한다. 인사이트는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와 달리 한 지점에서만 탐사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바퀴도 없다. 인사이트라는 이름 자체가 ‘지진조사, 측지, 열 수송을 이용한 내부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인사이트는 현재 지진계와 열 감지기 등으로 화성 내부의 탐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발사될 오퍼튜니티와 큐리오시티의 후배 로버로는 NASA가 내년 발사할 마스2020이 있다. NASA는 이 탐사 로버가 채취한 화성 토양 시료를 다른 우주선을 통해 회수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화성 대기에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들어 화성 식민지 건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도 계획돼 있다.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도 내년에 화성 탐사 로버인 ‘엑소마스’를 발사할 계획이다.

■ 임무 끝난 케플러 망원경 후임은 테스

지난해 퇴역한 행성사냥꾼 ‘케플러’

‘마지막 빛’ 보내고 10년 장정 마쳐

인류 확인 외계행성 70% 찾아내

우주에 대한 인식 지평 크게 넓혀

진화한 ‘테스’가 임무 물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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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9일 공개한 케플러 망원경이 마지막으로 촬영한 사진 ‘마지막 빛(last light)’. 이 사진은 케플러가 지난해 9월25일 물병자리 방향을 촬영한 것으로 7개의 암석 행성을 거느린 TRAPPIST-1 항성계와 3개의 지구형 행성을 거느린 것으로 추정되는 GJ 9827 항성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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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튜니티의 임무 종료보다 4개월 앞선 지난해 10월 퇴역한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임무 종료 1개월 전인 9월에 촬영한 마지막 사진도 최근 공개됐다. NASA가 지난 7일 공개한 케플러의 마지막 사진에는 ‘마지막 빛’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NASA는 2009년 4월8일 공개됐던 케플러의 첫 사진에는 ‘첫번째 빛’이라는 이름을 붙인 바 있다.

‘마지막 빛’은 케플러가 9월25일 물병자리 방향을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에는 7개의 암석 행성을 거느린 트라피스트-1(TRAPPIST-1) 항성계와 지구형 행성을 거느린 것으로 추정되는 GJ9827 항성계의 모습이 담겨있다. 트라피스트-1 항성계의 행성 중 적어도 3개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GJ9827 항성계는 우주망원경을 통해 다른 항성계의 대기 구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항성계로 알려진 곳이다.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을 딴 케플러 망원경은 지난해 10월 9년8개월 동안의 임무를 마치고 안식에 들어갔다. 케플러 망원경은 현재까지 인류가 확인한 외계행성의 70%를 찾아내면서 ‘행성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항성 53만506개, 행성 2662개, 초신성 61개를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야말로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 지평을 크게 넓힌 공로를 세운 것이다. 현재 케플러는 송신기 전원이 꺼진 상태여서 과학적 정보를 보내오지는 못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축적된 정보를 분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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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우주망원경인 테스(TESS)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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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튜니티의 임무를 큐리오시티가 이어가고 있듯, 케플러의 임무는 테스(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물려받았다. 테스는 2018년 4월 케플러의 임무를 대체하기 위해 발사됐으며, 지구 상공 500∼5만㎞의 지구 타원궤도에서 13.7일에 한 번씩 공전하면서 우주를 관측 중이다. 케플러보다 관측범위가 약 400배 넓은 테스의 첫 성과로 NASA는 지난달 외계행성 3개와 초신성 3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밀도가 작으며, 자전주기가 짧은 행성인 ‘목성형 행성‘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허블망원경을 대체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도 발사될 예정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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