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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단독] '경찰 문건 캐비닛' 오픈…검·경 갈등 도화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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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과거 정부 경찰 문건’ 수사 / 2018년 영포빌딩·정보국 사무실 등 압수수색하며 문건 확보 공 들여 / 수사대상·범위 등 놓고 신중모드 / 일각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시기… 자칫 정치적으로 비칠 가능성도”

세계일보

검찰의 이번 과거 정부 경찰 문건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자칫 수사과정이나 결과를 놓고 검·경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문건 작성자와 결재자 가운데 현직 경찰 수뇌부가 포함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이 확보한 경찰 정보문건에는 작성자와 기안자 등 결재 라인이 대거 등장한다. 작성자와 기안자 가운데 현직 고위 간부의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검찰도 수사대상과 범위를 특정하는 데 신중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를 본격화하기 전 다양한 출처로 경찰정보 관련 문건을 확보하며 수사에 공을 들여왔다. 검찰은 지난해 영포빌딩을 시작으로 경찰청 정보국과 정보분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각종 정보문건을 확보했다.

지난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영포빌딩 지하 2층의 다스 임차 창고를 압수수색해 다스의 BBK 투자 관련 문서와 함께 경찰청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문건을 확보했다. 이어 그해 6월에는 삼성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하다 경찰청 정보분실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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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한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경찰청 본청에 있는 정보국 사무실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서 자칫 검찰 수사가 검·경 갈등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정부는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빠른 처리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자치경찰제 도입방안 발표를 두고 검찰은 “정보기구가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과거 ‘나치의 게슈타포’와 유사하다. 올바른 수사권 조정과 공룡 경찰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경찰 분리’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설명자료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 경찰의 반발을 샀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해 경찰청 정보국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들을 영구 삭제한 사실이 확인돼 ‘증거인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청 정보국은 지난해 초 검찰의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경찰의 불법 정치관여·사찰 문건이 대거 발견되자 문제가 되는 문건을 삭제하기 위해 영구 삭제 프로그램인 ‘WPM프로그램’을 통해 문서 파일들을 대거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열람 후 파기가 원칙”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둔 시기이어서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보문건의 작성 당시 결재라인에 있는 경찰 수뇌부의 수사대상을 정하는 데 있어서 현재 검찰도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시기에 검찰 수사가 정치적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배민영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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