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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더 이상 담보 잡힐 동산조차 없어"…제조업 악화일로 [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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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공단 ‘기업실태와 지원과제’ 보고서/생산성 둔화·경쟁력 약화 영향/ 2012∼2016년 연 3.1%씩 감소 / 생산량, 2025년엔 2015년보다 낮을 듯 /

글로벌 점유율도 대부분 하락/ 설비투자 감소 등 악순환 초래/“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찾아야”

세계일보

한 시중은행 지방 지점에서 기업 여신을 담당하는 A과장은 최근 퇴근하다 은행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지역 중소 제조업체 사장 B씨를 만났다. B씨는 업무시간이 지나 찾아온 이유로 “대출을 더 받고 싶은데 정식으로 담보를 제공하고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대신 공장에 쌓여 있는 재고를 확인해 보고, 가능하면 그것으로 대출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A과장은 “금융위기 이후로 이렇게 체감경기가 안 좋은 적이 없었다”며 “더 이상 담보 잡힐 동산조차 없는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이러다 제조업 줄도산 사태가 올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생산성 둔화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으로 점차 한계를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5년 국내 주력 제조업의 생산량이 10년 전인 2015년 수준 이하로 후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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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위기지역 내 기업실태와 지원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6년 국내 산업의 전체 생산이 연평균 1.6% 감소한 가운데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의 생산은 연평균 3.1% 줄었다. 또 그 결과로 전체 제조업에서 주력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72.8%에서 2016년 68.3%로 떨어졌다. 한국의 주력 제조업은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철강, 정유, 석유화학, 반도체 등 12개 업종이다.

특히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우리 주력산업이 과거에 이루었던 고성장을 마감하고 성장률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 상황이 지속하는 것으로 본 기본 전망에 따르면 주력 제조업의 국내 생산량은 2025년에 오히려 2015년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주력산업이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위상 역시 점차 위축돼 이 추세라면 반도체와 일반기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력 제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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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력 제조업의 저성장 또는 역성장은 지역 경제 전반과 고용률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더욱 우려된다. 이미 국내 총고용에서 제조업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4.0%에서 2010년 19.8%, 2016년 19.0%로 낮아지는 추세다. 또 2017년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가동을 중단한 뒤 이듬해 한국GM 공장까지 폐쇄된 전북 군산시는 지난해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휴폐업체 수가 23%나 증가했다. 조선과 자동차 부문의 침체로 울산 동구 역시 지역 내 휴폐업체 수가 76% 급증했다.

제조업의 위축은 설비투자 감소 등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포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을 부른다. 최근 KDB산업은행이 전국의 3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산은조사월보에 실은 ‘2019년 설비투자 전망’을 보면, 2018년 설비투자는 2017년 189조원 대비 4.4% 감소한 181조원, 2019년은 또 전년 대비 6.3% 감소한 170조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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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기계장비 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의 여파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설비투자가 감소되는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35.2%)의 설비투자 규모가 대기업(-4.6%)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구조 개선을 통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미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생존기업에 대한 생존력 강화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력 및 자금 지원뿐 아니라 기존 제조공정의 개선, 향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생존기업과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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