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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N 애리조나] 류현진 20승 방정식, 5피치·철저한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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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A 다저스 류현진이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벡랜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애리조나=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목표는 여전히 20승이다. 아프지 않아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래서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 LA 다저스)이 다시 한 번 ‘20승’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20승을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한 후 스프링캠프 나흘 째에도 20승을 향해 질주할 것을 다짐했다. 겨울 내내 계획대로 훈련해 근육량을 부쩍 늘렸고 최근 불펜피칭 결과 또한 만족스럽다. 물론 류현진도 20승이 마냥 확신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란 것은 잘 안다. 그래도 일단 풀타임을 소화해야 가능한 기록인 만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시즌을 완주하겠다는 각오를 감추지 않았다.

표정부터 밝았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벡랜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4일차에 두 번째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지난 14일 스프링캠프 첫 번째 불펜피칭에서 35개에 공을 던졌던 류현진은 이날 투구수 40개를 기록했다. 직구 위주로 던졌던 이전과 달리 커브,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그리고 지난해 좀처럼 구사하지 않았던 슬라이더까지 5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여전히 직구의 비중이 높긴 했으나 직구는 물론 변화구도 원하는 곳으로 던지며 순조롭게 실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첫 번째 불펜피칭과 달리 스트라이크 존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홈플레이트를 강타하는 경우도 없었다. 류현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오는 3월 10일 전후로 첫 번째 시범경기에 나설 계획이다.

◇4피치서 5피치로…진정한 팔색조 다짐
불펜피칭 중 흥미로운 모습이 나왔다. 류현진이 컷패스트볼 다음으로 슬라이더를 던지자 함께 호습을 맞춘 포수 오스틴 반스가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반스는 곧바로 사인을 내며 구종을 확인했다. 그럴만 했다. 메이저리그 통계전문 사이트 팬그래프(Fangraphs.com)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의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2014시즌 고속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았던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슬라이더의 비중을 크게 낮췄다. 재활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던 2017시즌에도 슬라이더 비중은 4.2%에 불과했다. 지난 2년 동안 류현진은 슬라이더 대신 새로 습득한 컷패스트볼을 앞세웠다.

의미없이 슬라이더를 던진 게 아니었다. 류현진은 “5가지 구종을 모두 던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구종이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타자를 상대하기 수월하다. 타자도 생각이 많이질 수 있다. 하나로 치우치는 것보다는 여러가지를 던지는 게 효과적일 것 같다. 슬라이더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직구, 체인지업, 커브, 컷패스트볼, 슬라이더를 모두 던지는 5피치를 예고했다. 물론 류현진이 예고한대로 슬라이더가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구종이 될 확률은 낮다. 그래도 상대 타자가 전혀 예측할 수없는 타이밍에 슬라이더가 들어가면 효과는 크다. 슬라이더를 한 번 본 타자는 다음 승부에서도 자연스레 슬라이더를 의식하게 된다.

이미 구종을 추가한 효과는 증명했다.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피안타율은 0.210이었다. 2017시즌 0.369보다 크게 나아졌다. 직구의 구위와 제구가 동반향상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커브와 컷패스트볼의 진화가 직구를 강하게 만들었다. 커브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는 것과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 두 가지를 나눠서 구사했고 컷패스트볼로 꾸준히 땅볼을 유도했다. 레퍼토리가 많아지면 타자 입장에선 직구 공략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진정한 팔색조로 거듭난다면 보다 순조롭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이닝에 따라 볼배합을 다르게 운영하기만 해도 타자들은 전혀 다른 투수와 만난 느낌을 받는다.

◇아플 줄 몰랐던 괴물, 20승 향한 루틴 얻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부상을 피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당장 2018시즌만 돌아봐도 그렇다. 내전근 부상이 없었다면 정말 엄청난 해를 보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류현진은 깊은 후회 만큼 강한 다짐을 했다. 류현진에게 ‘20승’과 ‘풀타임 소화’는 같은 뜻이다. 그는 “목표는 여전히 20승이다. 아프지 않아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래서 계속 밀고 나갈 것이다”면서도 “20승을 내세우는 것은 20승 숫자보다 몸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가 크다. 큰 부상을 당한 후 보강훈련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하지 않았다. 그래야 좋아진다는 것을 알았고 아프면서 많이 느꼈다. 안 아프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며 풀타임 완주가 20승이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스스로 루틴을 어기거나 흔들릴 때를 대비해 든든한 조력자도 구했다. 류현진의 요청에 따라 다저스 구단은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류현진 전담 트레이너로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김 코치는 취업비자 절차가 끝나는 대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늦어도 이 달 말에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류현진의 옆을 지킬 예정이다. 김 코치는 “류현진은 타고난 몸을 지녔다. 하지만 예전에는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자신은 부상이 없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며 “어깨 수술 후 정말 열심히 재활했다. 사실상 재활은 끝난 상태다. 재활을 넘어 더 강한 몸을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벡랜치에서 열린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한편 이날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20승을 목표로 잡은 것을 두고 “가능하다고 본다. 승리는 투수에게도 중요하지만 팀에게도 중요하다. 팀이 승리했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류현진이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류현진이 꾸준히 던지는 게 다저스 팀 전체에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지난해 재활을 하면서 보다 날카로운 몸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증량과 함께 날카롭고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로버츠 감독 모두 ‘20승’ 안에 ‘8개월 마라톤 완주’를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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